방과 후 또 다시 열리는 교실… “150가지 꿈이 날개를 펼쳐요” - 성남 장안초등학교
한혜림 / 소년한국일보 기자 싸이월드 공감
“아래 층 교실이 음악학원이에요!”


지난해 성남 장안초등학교에서 만난 3학년 이경서 양은 수업이 모두 끝났음에도 복도 한편에서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학교 안에서 ‘기타 연주’·‘미술’ 등의 수업을 받기 때문에 서둘러 학원 버스를 타기 위해 뛸 필요가 없어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시(C) 코드에서 네 플랫을 옮기면 시샵마이너(C#m)인가?”


잠시 후 방과 후 수업이 한창인 4학년 3반 교실에서 기타 삼매경에 푹 빠진 경서 양과 동생들을 가르쳐 주고 있는 6학년 장민주 양을 다시 만났다. 2014년 교육부가 주최한 ‘제6회 방과 후 학교 대상’의 최고상인 ‘대상’에 선정된 성남 장안초등학교(교장 송근후)는 그야말로 오전에 학교, 오후엔 전교생 750명이 모두 수강생으로 바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학원이었다.
불이 꺼지지 않는 학교
150여 개의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마련
수강생 숫자뿐 아니라 프로그램 수도 150개로 단연 으뜸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방과 후 수업 프로그램을 다 갖춘 듯 수업의 종류도 다양하다. 외국어·수학·언어·사회·과학·음악·스포츠 등 그 영역만 모두 11개에 달할 정도이다. 그래서 장안초등학교는 불이 꺼질 틈이 없다.


“일요일 빼고 모두 학교에 나가요. 재미있는 수업이 넘쳐나거든요.”


‘영어’·‘스케이트’·‘서예’·‘첼로’ 등 8개 강좌에 참여하는 4학년 이태경 양은 매일 2~3시간씩 수업을 듣고, 토요일에도 학교에 나갈 정도로 재미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취미는 몰라도 영어 등 학업 관련 수업은 솔직히 억지로 다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태경 양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영어도 수준별로 6개의 강좌가 운영돼요. 아이들이 자기수준이나 수업방식을 보고 고를 수 있고, 성적도 올릴 수 있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어요.”


태경 양 말처럼 장안초등학교의 방과 후 학교는 전교생의 마음을 잘 아는 듯 보인다. 그러니 3년 전 62개였던 수업이 2014년 모두 150여 개로 늘었고, 어린이 참가율도 101%에서 189%로 무려 88%나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날 수업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적극적인 태도에서도 이를 잘 알 수 있었다.


지난 학기 교내 학부모 75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2012년 47만 6200원이던 사교육비가 2014년 28만 300원(41%)으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점은 학부모의 신뢰까지 얻고 있음을 증명한다.


“엄마의 꼼꼼한 눈으로 운영하면 이처럼 알찬 방과 후 학교를 만들 수 있지요.”


장안초등학교의 방과 후 학교 운영 비결을 묻자 조미영 방과 후 부장 교사가 내놓은 대답이다.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와의 끊임없는 협력
사교육에 절대 밀리지 않는 방과 후 학교
장안초등학교의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은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개방·공유·소통·협력을 통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방과 후 학교의 프로그램은 △사교육의 사각지대에서 펼치는 ‘도시형 맞춤 방과 후 특기 적성 프로그램’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도시형 맞춤 주말 학교’ △교육수요자의 욕구를 반영한 ‘도시형 맞춤 돌봄 서비스’로 크게 나뉜다.
장안초등학교는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방과 후 학교가 사교육에 비해 강사와 수업 내용의 수준이 낮고, 체계적이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율이 낮다’는 의견에 귀 기울였다. 이에 장안초등학교는 어린이들이 학교 안에서 자연스레 자신들의 특기를 만들고 다양한 교과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확장코자 했다.


이를 위해 장안초등학교는 어린이들이 등교하지 않는 토요일, 쉽게 접할 수 없는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지역 안의 다문화 가정 학부모가 몽골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을 가르치며 어린이들이 언어는 물론 나와는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했다. 수업을 들은 어린이와 학부모들은 “우리 중국어 선생님은 결혼해서 한국에 사시는 거예요. 우리와는 또 다른 중국의 생활을 들려주실 때 정말 재미있어요.”, “아이와 함께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어요. 외국어는 아주 조금이라도 어릴 때 접하면 나중에 큰 힘이 되는 것 같아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토요일 오전 수업이라 부담도 없답니다.”라며 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초급, 중급, 심화 과정으로 세분화된 수준별 프로그램을 국어·영어·수학 과목에서 운영하며 ‘방과 후 학교의 강사와 수업 내용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편견도 깼다. 장안초등학교의 학부모 지원단은 직접 강사를 섭외하고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수업을 개설하도록 제안하는 등 활발히 활동을 하며 방과 후 학교의 질을 높이고 있다. 학부모 지원단은 방과 후 학교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확인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또 다른 학교의 우수 사례를 발굴해 이를 검토하고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지원단에 속한 13명의 교과별 학부모 전문위원은 강좌 개설 제안, 강사 섭외 등을 하고, 무려 91명에 이르는 학부모 모니터링단은 수시로 수업을 참관하고 평가한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SNS 밴드를 운영하고 강사카페 운영을 하며 쉬지 않고 소통한다. 2012년 어린이들의 방과 후 학교 만족도는 77.6%, 학부모의 만족도는 78.4%였지만, 2014년 각각 87%, 91.1%로 오르는 기적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 밖에 명지대학교 영재교육센터와 동아리 형식으로 운영되는 STEAM 영재 과학, 실생활의 과학을 접목시킨 창의 과학, 독서 토론, 어린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영어 뮤지컬 등 어린이들의 성적 향상은 물론 꿈과 소질,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수준 높은 수업들이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을 기다린다.
도시형 맞춤 주말 학교
배움의 즐거움 놓치지 않아야
토요일이나, 휴일에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의 어린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장안초등학교는 저소득층, 맞벌이 가족, 다문화 가정 학생을 위한 다양한 토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앞서 말한 다문화 가족이 지도하는 다민족 언어 수업을 비롯해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찾을 수 있도록 도서관을 개방했다. 수업이 모두 끝난 학교 안 도서관의 문은 어린이들이 마음껏 책을 읽고 부족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활짝 열려 있다. 지역 안 어린이들뿐 아니라 청소년 및 성인들도 도서관에서 열리는 여러 강좌를 수강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도서관 북카페에서는 리본 공예, 인문학 독서 토론, 동화 구연 자격증반 등 색다른 수업들이 마련된다.


지역사회에 자리한 다양한 공동체들의 상호협력관계(MOU) 체결도 한몫을 한다. 남동발전소 등 지역 안 기업 10곳과 MOU를 맺어 교내 도서관의 책과 오케스트라의 악기 구입 등의 지원을 받는다. 관악기 중심의 스트링 오케스트라 어린이 46명과 현악기를 다루는 윈드 오케스트라 어린이 21명은 정기 연주회, 초청 연주회 등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으며 큰 꿈을 키워 간다. 기업은 어린 꿈나무들에게 영양분을 주고, 어린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맛있는 열매를 맺어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도심 속 어린이들이 농사체험을 할 수 있도록 각종 강연과 공연, 전통문화 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에듀팜과의 MOU도 눈길을 끈다. 어린이들은 자신만의 텃밭을 기르며 학교 안에서 배울 수 없는 교과서 밖 인성교육을 받으며 고운 심성과 감수성, 리더십 등을 깨닫는다. 더불어 학부모의 재능기부로 열리는 탁구, 배트민턴, 밸리 댄스 등도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모처럼 쉬는 주말, 늦잠을 자고 싶을 만도 하지만 토요일 수업을 듣는 어린이들은 “주말을 보람차게 시작해 뿌듯하다.”며 한목소리로 말한다.
돌봄교실의 확장
모두를 위한 돌봄서비스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돌봄교실’, ‘맞벌이하는 부모님으로 방과 후 학원에 전전하는 어린이…….’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현주소가 아닐까? 장안초등학교는 방과 후 학교와 돌봄교실을 연계하는 방안을 통해 새로운 ‘안전보육·특기계발형 돌봄모델’을 제시했다. 학부모들의 사교육을 향한 수요를 학교 안으로 흡수할 수 있는 방과 후 교육 활동을 탄탄하게 마련함으로써 학부모들의 걱정은 덜고, 어린이들의 즐거운 학교생활은 더했다.
1~4학년 희망 어린이들에게는 모두 4개의 교실을 제공함과 더불어 시립 도담 분당동 지역 아동 센터, 서현 청소년 수련관과 MOU를 체결해 프로그램과 시설을 공유하며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넉넉한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늦은 저녁 혹은 토요일에도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들은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사라졌다.


돌봄서비스와 어린이들의 창의·인성 체험활동도 엮었다. 어린이들이 자신의 손으로 장래 희망을 이룰 수 있는 계획을 작성하게 하고, 이를 방과 후 다양한 수업과 연결 지어 자연스레 학교에 남아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장안초등학교 안 돌봄교실에 대한 인식은 ‘저소득층을 위한 돌봄교실’에서 ‘모두를 위한 돌봄교실’로 변화했다. 또 2012년 1학급에 16명이던 돌봄교실은 2014년까지 모두 4학급 104명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도움이 컸다. 학부모 지원단의 쉴 새 없는 평가와 피드백은 학교가 스스로를 냉정하게 뒤돌아볼 수 있게 했다. 우수한 강사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수업의 도입으로 수업의 질이 향상됨으로써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도는 높아졌다.


여기에 지역사회의 협조는 어린이들이 학교를 평생학습의 장으로 여길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고도 어린이들이 주요 교과목과 예체능을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조 교사는 “한 달에 8만 원이면, 거의 레슨 수준으로 첼로·비올라·오보에 같은 다양한 악기를 배울 수 있는 학교는 아마 장안초등학교가 유일할 거예요. 지역 기관들의 도움 덕분에 가능할 수 있었지요.”라고 자랑했다.


송근후 교장은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방과 후 학교가 활기를 띠니,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하루 종일 안전하고 재미있게 머물 수 있게 됐어요.”라며 “학교에서 배운 다양한 교육 활동이 우리 어린이들이 성장하는 커다란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 소년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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