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교육개혁 20년, 한국교육의 오늘과 내일
하연섭 /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싸이월드 공감
Ⅰ. 서론
흔히 5.31 교육개혁으로 불리는 문민정부 교육개혁방안(’95~ ’97)은 한국교육의 ‘패러다임적 변화’를 가져온 획기적 성과물로서, 이후 역대 정권들이 그 이념적 성격이나 정책지향과 관계없이 자신의 교육정책의 근간으로, 또 가장 중요한 준거의 틀로 받아들여 왔다. 그런 의미에서 문민정부 교육개혁방안은 지난 20년 간 한국교육의 중심축이었다고 볼 수 있다.


5.31 교육개혁은 정책연구에 있어서도 대단히 중요한 소재이다. 우리나라의 정책 중 5.31 교육개혁처럼 과거 정책에 대한 치밀하고 포괄적인 평가 위에서 새로운 정책방안이 설계된 예는 매우 드물 뿐만 아니라, 민주화 이후 정권 교체와 더불어 이전 정부 정책과의 단절이 일상화된 우리나라 풍토에서 정책의 기본 방향과 내용이 이후 정부에서 큰 변화 없이 계승된 매우 드문 예이기 때문이다.


5.31 교육개혁방안이 발표된 지 올해로 꼭 20년이 된다. 이 글은 5.31 교육개혁의 주요 내용을 간략히 살펴본 후, 미래교육정책의 방향을 제안하는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Ⅱ. 5.31 교육개혁의 주요 내용
김영삼 정부 초기의 <신교육 구상>과 이후 수차례 발표된 교육개혁안들을 꿰뚫고 있는 기본적 틀은 1) 열린 교육체제, 2) 수요자 중심교육, 3) 교육의 자율성, 4) 다양화와 특성화, 5) 정보화라고 할 수 있다.
열린 교육체제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체제’를 의미하며, 이는 모든 국민의 자아실현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복지국가의 건설을 의미한다. 여기서 열림의 대상은 교육시기, 교육장소는 물론 교육기관 간, 교육기간 내,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따라서 평생교육, 첨단통신기술을 통한 공간의 극복, 학점은행제와 시간제 등록, 전·편입학, 최소전공학점제, 다전공과 복합학문, 일반계, 실업계와 특수목적 고등학교 간의 전학 등과 더불어 장애인, 도서벽지 및 농·어촌 학생에게도 교육기회가 활짝 열린다. 따라서 열린 교육체제는 당연히 평생학습사회를 포함하며, 실제로 양자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수요자 중심교육은 기존의 공급자 위주의 교육체제를 수요자 내지 학습자 위주로 바꾸자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학교와 교원들의 입장과 편의에 따라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을 결정해 왔으나, 이제 학생의 능력과 이해정도, 학생과 부모의 욕구와 바람, 그리고 사회적 수요를 고려하여 정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학교 급의 입학과정과 교육과정에서 학생의 선택권이 크게 신장되었다. 중·고등학교의 학생선발에서 선복수지원, 후추첨방식을 도입한 것이나, 대학입학 전형과정에서 복수지망, 전·편입학 기회 확대, 수준별 교육과정의 확대 등이 바로 그것이다.


교육의 자율성은 기존의 과도한 교육규제에 대한 반체제적 의미를 갖는다. 지나치게 중앙집권적, 위계적이고, 규제적인 교육운용체제를 보다 분권적, 민주적, 자율적으로 바꾸어 보자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교육규제완화위원회를 구성, 교육규제를 대폭 줄이고, 학교운영위원회제도를 통해 단위학교를 자치공동체로 만들려는 노력이 전개되었다. 자율화는 교육현장의 자주성과 창의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믿음과 결부된다. 이밖에 학교장 및 교사 초빙제, 대학입학 전형 자율화, 입학정원 및 학사관리 자율화 등의 조치가 이러한 맥락에서 창안된 것이다.


교육개혁이 겨냥했던 주요한 방향은 기존의 획일적 교육을 특성화·다양화하자는 것이다. 획일성은 창의적 교육환경을 만드는데 가장 큰 적이며, 참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특성화·다양화가 불가피하다는 새 인식이 패러다임의 중요한 대목이다. 그것은 또한 교육소비자와 학습자의 다양한 욕구와 바람에 부응할 수 있는 바람직한 길이기도 하다. 그간 우리 대학은 한결같이 거대화만 추구하며, 엇비슷한 학과구성과 천편일률적인 교육과정을 답습하였고, 이 가운데 경쟁력의 상실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작고 알찬 대학, 특성화된 전공, 다양한 프로그램이 요구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크게 일었던 ‘열린 교육’ 운동도 바로 획일적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에 대한 대안적 시도이다. 이른바 ‘여러 줄 세우기’ 운동도 같은 맥락이다. 여태껏 모든 학생을 주요 과목 중심으로 평가하여 한 줄로 세우고, 서열화하여 왔으나, 이제 이들을 다양한 특성과 자질에 따라 여러 줄로 세우고, 이들이 지니고 있는 모든 잠재적 가능성을 고르게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새로 도입한 학교생활기록부도 교과목뿐만 아니라 특별활동, 봉사활동 등 비교과목도 중시하며, 학생들의 다양하고 특성화된 능력을 발전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밖에 대안학교 등 특성화 고등학교의 확대, 단설 전문대학원 설치 등 숱한 과제가 시행되었다.


교육의 정보화 역시 새 패러다임의 중요한 요소이다. 학교현장의 정보화를 위해서는 컴퓨터의 보급, 실효성 있는 컴퓨터 교육, 그리고 교육 및 학습용 소프트웨어라는 삼박자가 함께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정보화를 위해 정부는 ‘멀티미디어지원센터’, ‘첨단학술정보센터’를 만들고, 원격교육지원체제를 구축했으며, 민간차원의 ‘교육정보화 공동체운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Ⅲ. 교육정책의 미래 방향
1. 교육정책 기본 방향의 재조정 : 경쟁과 상생의 조화
5.31 교육개혁에서 제시한 정부의 역할은 ‘권위’관계에 기초해서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교육이 ‘열린 교육’, ‘자율과 경쟁’이 살아 숨 쉬는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육을 둘러싼 제도적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교육영역에서도 시장 기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다.


그러나 5.31 교육개혁 이후 2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정부의 역할은 교육영역에서 시장 기제의 활성화라는 초기 역할에서 벗어나 교육영역에서 시장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 효과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역할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제 교육에 있어서 시장 기제의 활성화는 추구해야 할 정책목표가 아니라 이미 지배적인 경향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교육정책의 방향은 시장 기제의 활성화라는 트렌드 순응적인 정책이 아니라 교육의 시장화·상업화·개인화가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 측면을 치유하는 방향, 즉 트렌드 역행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이는 교육복지 기능의 확대, 초·중등 교육 단계에서 경쟁의 논리보다는 공공성과 형평성의 강조, 인성교육의 강화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2. 교육정책의 전략적·조정적 기능 강화
5.31 교육개혁이 ‘열린 교육체제’, ‘평생학습 사회’를 지향한 이유는 세계화, 정보화, 지식기반경제로의 전환이라는 세계사적 대전환에서 지속적인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육정책이 더 이상 학교 울타리 안에서의 교육과정 운영과 교육내용 설계에만 매몰되어 있을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 교육은 여전히 학교 울타리 안 교육과정과 교육내용의 구성, 사회의 다른 분야와 절연된 교육정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평생학습사회로의 전환은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사회의 다른 분야와의 연관성 속에서 교육정책이 구상되고 설계되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교육의 실용성 강화 필요성에서 찾을 수 있다. 지식기반 경제로의 전환에 따라 산업현장에 직접 응용 가능한 지식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바로 이 이유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우리 교육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불만이 교육의 현장 적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교육정책의 초점이 공식 교육의 내용과 산업계의 수요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두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기업의 수요 변화가 학생 입장에서의 공급 변화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개별 학생을 둘러싼 유인 구조가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과 복지제도의 확대가 전제되어야 한다. 교육정책이 고용정책, 복지정책, 그리고 산업정책과 긴밀한 연계 하에 설계되고 집행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교육정책-고용정책-복지정책-산업정책을 긴밀하게 연계하기 위해서는 사회정책 영역에서의 전략적·조정적 기능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3. 고등교육의 다양화·특성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5.31 교육개혁에 있어서 고등교육 개혁의 기본 방향은 대학의 자율 신장, 수요자 중심 교육, 대학의 다양화와 특성화,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의 연계 강화 등이었다고 할 수 있다. 5.31 교육개혁 이후 지난 20년 간 우리 대학들은 수요자 중심 교육, 대학의 자율 신장,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의 연계를 통한 대학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대학들은 학령인구의 감소와 대학교육의 과잉팽창에 따른 축소지향의 구조개혁, 지식기반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세계적 중심의 연구중심대학 육성, 대학을 둘러싼 지위경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경쟁력 있는 교육중심대학 육성 등의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우리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 즉 구조개혁, 대학 경쟁력 강화, 지위경쟁의 완화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관건은 바로 대학의 특성화와 다양화라고 할 것이다. 교육당국의 역할은 이러한 특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구조 설계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사업이 대학들의 특성화를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관된 대학 특성화 정책의 기조 하에 상시적인 대학 질 관리 체제가 제도화되어야 할 것이다.
4. 지위경쟁 완화를 통한 교육의 정상화
문민정부의 교육개혁 방안은 네 차례에 걸쳐 발표되었는데, 제3차 혹은 제4차 교육개혁 방안에 포함된 과제들은 해결 방안을 찾기 쉽지 않은 영역에 속한 과제들이었다. 이러한 과제 중 대표적인 과제가 사교육비 경감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초·중등 교육개혁 방안들과 뚜렷이 분리되어 제안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분리야 말로 이후 전개되는 초·중등 교육개혁 방안들이 소기의 성과를 올리지 못한 가장 큰 이유라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교육비 문제는 다른 초·중등 교육정책들과 병렬적으로 놓고 분리해서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사교육비 문제는 초·중등 교육뿐만 아니라 전체 교육시스템이 갖는 모순과 질곡이 응축되어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사교육비 경감대책과 초·중등 교육의 개혁방안은 전체적인 시각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된 가운데서 추진되어야 하는 정책과제들이다.


5.31 교육개혁이 추구한 ‘자율과 경쟁’이 공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된 근본 원인에 대한 치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교육비 경감과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학벌주의와 승자독식 구조를 약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학부모와 학생의 의식개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학부모와 학생이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되는 유인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 내적으로는 작지만 강한 교육중심대학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소수 명문대를 정점으로 한 서열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학부교육에 중점을 두면서 폭 넓은 교양교육과 함께 교육내용이 질 높은 취업과 연계될 수 있는 특성화된 교육중심대학 육성을 위해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이유이다.


교육 외적으로는 대학교육이 갖는 프리미엄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명문대를 가기 위한 방편으로 이루어지는 사교육에 대한 투자는 지위경쟁에서 패배했을 때 감수해야 하는 상대적 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공부 전쟁에서 지더라도 ‘미생’으로 전락하지 않을 고용정책과 사회정책이 뒷받침된다면 지위경쟁의 강도는 훨씬 약해질 것이다. 또한 전문계 고교, 전문대-중소기업으로 연결되는 경로가 명문대 졸업자들에 비해 삶의 질에서 크게 차이가 없다면, 지위경쟁 나아가 우리나라의 사교육 열풍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교육비 경감, 공교육 정상화가 경제민주화와 연결되는 이유이다.
5. 평생·직업교육의 강화
5.31 교육개혁에서 평생학습사회를 강조한 이유는 지식정보화 사회의 도래로 지식의 생명주기가 짧아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습과 교육이 학령기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생애 전체에 걸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즉, 지식정보화 사회의 도래에 따른 산업구조와 고용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여 지속적 고용능력(sustainable employability)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별 노동주체가 전 생애 주기에 걸쳐 계속적인 능력개발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5.31 교육개혁에서 평생학습사회, 열린 교육을 강조한 근본적인 이유는 교육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교육영역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교육정책이 인적자원개발정책, 고용정책, 산업정책 등과 긴밀하게 연계된 상태에서 입안되고 집행되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민정부 이후에 평생·직업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면서, 다른 사회경제 정책들과 거의 완전하게 분리된 상태에서 교육정책이 입안되고 집행되었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관찰일 것이다. 그 결과 직업교육정책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직업교육의 상대적 위축과 사교육의 팽창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현상이다. 승자독식 경쟁(winner-takes-all competition)이 이루어지는 한 사교육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직업교육이 위축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직업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기 위해서는 전문계 고교-전문대-중소기업의 경로를 밟더라도 개별 노동자가 고용과 소득에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교육정책, 산업정책, 고용정책이 연계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6. 협력적 거버넌스의 구축
한국교육에 있어서 중대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5.31 교육개혁의 여러 가지 성과에도 불구하고, 5.31 교육개혁이 권위주의적 자율화와 정부의 미시적 개입의 지속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율화, 분권화, 열린 교육을 위한 제도적 전제조건의 구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5.31 교육개혁은 중앙집권화, 획일화되어 있던 교육시스템을 분권화, 다양화, 자율화시키겠다는 시도였다. 그러나 중앙집권화 된 상태에서의 자율화와 교육체제가 상향식(bottom-up) 방식으로 형성된 국가에서의 자율화는 역사발전 경로에서 중대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자율적·상향식 방식으로 교육체제가 구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분권화된 교육체계의 조정(coordination)의 문제이다. 이 상태에서는 중앙의 역할이 강화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자율적인 교육시스템이 유지된다. 그러나 중앙집권화 된 상태에서의 자율화는 국가권력을 벗어나 자율화를 이끌 수 있는 주체, 더 중요하게는 자율화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정력을 갖춘 중간조직(intermediate organizations)의 등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오랜 중앙집권적 제도적 틀 속에서는 제도를 구성하는 하위 요소들 간 조정을 이끌 수 있는 자생적 중간조직의 발달이 매우 어렵다. 또한 중간조직의 발달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중앙집권적 체제에서 자율적 체제로의 전환은 이상적인 모델로 삼았던 분권화된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집권적·권위주의적 자율화로 귀결되기 일쑤이다.
국가의 후퇴(the retreat of the state)는 자율적 조정능력을 지닌 중간조직의 성장을 필요로 하며, 민주적 의사결정은 조정적 담론과 소통적 담론의 활성화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자율적 조정능력을 지닌 중간조직의 성장을 단기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면, 정부의 정책결정방식이 사회적 이해관계자의 조정적 담론이 활성화되는 협력적 거버넌스로 전환되는 것이 필요하다.
7. 미래 지향적 교육재정 시스템의 구축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투자의 패턴은 ‘다이아몬드’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처음과 끝을 이루는 유아교육부문과 고등교육부문 그리고 평생·직업교육부문이 교육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았던 반면, 초·중등교육에 교육투자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이처럼 ‘다이아몬드’형 교육투자 패턴이 나타난 근본적인 원인은 초·중등교육만을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로 설정하고 나머지 영역은 민간이 책임질 영역으로 설정한 것에 기인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누리과정을 비롯한 유아교육 단계에 대한 투자 증대, ‘반값 등록금 논쟁’에서 비롯된 고등교육단계에 대한 투자 증대, 그리고 평생·직업교육의 중요성 증가는 모두 지금까지 사적 영역으로 치부되어 왔던 세 가지 영역에서 정부 역할의 확대를 요구하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유아교육의 공교육화, 등록금 부담 완화 등의 정치·사회적 측면에서도 이 세 영역에 대한 재정투자는 대폭 확대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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