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으로 일군 ‘일반고의 롤 모델’ - 부산 장안고등학교
김 경 / 베리타스알파 기자 싸이월드 공감
부산 장안고등학교는 부산의 ‘일반고 롤 모델’이라 할 만하다. 학생중심의 진정성 있는 교육과정 운영 때문이다. 경직된 고교체제의 현실에서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한 교육과정은 작은 시골학교가 전국구로 명성을 떨치게 했고 대입 실적까지 낚았다. 취재 결과 2015학년도 부산 장안고의 서울대 합격자수는 수시 7명, 정시 1명으로 8명이다. 구술면접을 포함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운영되는 서울대 수시를 일반고가 준비하기는 어렵다는 통념을 확실히 깬 결과다. 압구정고, 서초고와 같은 서울 강남/서초 교육특구 일반고는 물론 부산외고, 해운대고, 울산과고와 같은 인근 전기 특목/자사고와 동일한 실적으로, 전국 2,300여 고교 가운데 81위다. KAIST 5명, 포스텍 4명 합격 등 일반고에서 보기 힘든 이공계특성화대학 실적도 돋보인다. KAIST와 포스텍으로부터 받은 고교별 등록자수 현황에 의하면 KAIST 2명, 포스텍 1명으로 ‘카포’에 3명을 등록하였다. 과학영재학교와 과고를 중심으로 내는 ‘카포’ 실적에서 부산 장안고는 일반고 중에선 공주사대부고(7명), 수지고(6명)에 이은 톱3에 들었다. 전국단위 자사고인 북일고, 인천하늘고와 같은 등록자 수다. 입학정원 150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학교가 전국적으로 거론될 대입실적을 낸 동력은 ‘진정성’이 깃든 교육과정의 운영이다. 학교는 ‘실적보다는 학생이 원하는 진로’에 초점을 맞춘다.
학교장전형 일반고 작은 시골학교
부산 장안고는 비평준화지역의 일반고(과학중점학교)다. 공주한일고나 공주사대부고처럼 전국단위 모집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치르는 유형이 아니라, 기장군과 부산시내 소재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원자 중 우선선발하는 학교장전형 학교다. 평준화지역의 일반고처럼 배정방식이 아니라는 데서 선발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전국단위 모집의 인근 한국과학영재학교나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치르는 부산국제고 외고와는 확연히 다르다. 규모도 작다. 학급당 30명으로, 5학급 총 150명을 모집한다. 과학중점학교 1기를 모집했던 2010학년과 2011학년엔 한 학년 120명 모집에 불과했던 작은 학교다. 이 작은 학교에서의 이만한 실적은 괄목상대다.


부산 장안고와 같은 학교장전형고는 평준화지역의 일반고와는 달리 대부분 배정이 어려운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탓에 학생 수가 적어 학생 배정이 힘든 지역, 실업계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학교 중심으로 학교장전형고가 자리하고 있다. 부산지역엔 9개의 학교장전형고가 있으며 모두 배정이 아닌 학교장전형을 치르는 곳이다. 부산 기장군 지역 내 학교장전형고는 부산 장안고와 장안제일고가 있으며 두 학교 모두 자율학교라는 공통점이 있고, 부산 장안고는 공립, 장안제일고는 사립학교라는 차이가 있다. 부산 장안고는 과거 기피학교였지만 교육부로부터 과학중점학교 지정을 받고, 학교 구성원들의 노력과 과학고 이상의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대입성적이 오르면서 입소문이 난 학교로 전국 100개의 과학중점학교 중 최우수 평가를 받았으며 지금은 지역 내에서 최고의 과학선도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산 장안고의 다양한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이 뒷받침된 덕이다.
과학중점학교, 운영의 묘 ‘탁월’
2013학년도 대입에서 부산 장안고가 서울대 합격자 7명을 배출하면서 위상은 전국단위가 됐다. 당시 졸업생은 106명에 불과했다. 2012년 처음으로 ‘부산 장안의 교육활동’이라는 부산 장안고만의 학교프로파일 홍보자료가 만들어졌다. 학교 관계자는 “‘부산 장안의 교육활동’ 학교프로파일을 만들어 대학 입학처장들께 편지를 쓰고 직접 찾아 다녔다. 학생부종합전형(당시 입학사정관전형)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학교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었다. 시골의 작은 학교지만 어떤 프로그램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학생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2014학년도 대입에선 부산 장안고 졸업생 113명 가운데 4명이 서울대에 합격하는 것으로 전년 대비 실적은 하락한 듯 했지만, 이공계특성화대학에 30명 이상 합격했고, 성균관대에도 10명 가까이 합격했다. 과학중점학교로 운영되는 일반고 가운데 이만한 실적은 최고 수준이다. 과학중점학교로 자연계열 실적에만 치중된 건 아니다. 부산 장안고에 1개 반 운영 중인 인문사회과정 20여 명의 학생들은 매년 서울대 실적은 물론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육사, 경찰대학 등의 합격실적도 내고 있다. 각종 대회의 수상실적을 나열하기엔 지면이 부족할 지경이다.


학교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데는 기숙사를 운영하는 덕도 크다. 부산 장안고는 3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갖췄다. 2~3학년은 전원 입소 가능하다. 1학년은 50% 가량만 입소할 수 있는 형편이지만, 지역학생들이 50%되는 덕에 큰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입학정원 150명 수준 부산 장안고의 대입 실적은 2015학년의 경우 서울대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8명 합격에 6명 등록, KAIST에 의하면 5명 합격에 2명 등록, 포스텍에 의하면 4명 합격에 1명 등록 수준이다. 과학중점학교라는 데서 서울대뿐 아니라 과학기술원에 진학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웬만한 과고만큼의 실적이 난다. UNIST의 경우 부산 장안고가 과고를 포함, 실적고교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서울대 수시합격자 1명은 KAIST로 진학했다. 의대에도 1명이 합격했지만 KAIST로 진학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장추천에 원칙이 있다”며 “진정성 있는 학교장추천”을 언급했다. “DGIST 추천을 원하는 학생에겐 ‘서울대에 합격해도 DGIST로 진학할 것인지’ 확답을 받아 추천을 해준다. 학교장추천을 남발해선 곤란하다.”
종합전형에 최적화된 교육과정
작은 규모의 학교로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전 교직원의 이해도 가능한 측면이지만, 중심엔 탁월한 교육과정 운영이 대입 실적을 이끌었다 하겠다.


입학 전 2월부터 교육과정이 운영된다. 매년 2월 3박4일간의 ‘신입생 예비학교’를 통해 학문적성검사 프로그램과 집단상담을 실시한다.
과학중점학교로 지정/운영되고 있는 점 역시 부산 장안고의 핵심 교육역량을 받쳐주고 있다. 학기별로 집중이수제와 블록타임제를 실시한다. 과학중점과정의 3개년 수학 과학 교과비율을 45% 이상 확보하고, 과학중점과정의 경우 물화생지 각 Ⅰ·Ⅱ의 8과목을 필수로 이수한다. 특별교과와 과제연구를 편성해 운영하고, 과제연구의 경우 과학 수학 외에 인문영역의 R&E도 병행, 최근 이공계특성화대학을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STEAM 교육을 실현한다. R&E 연구결과는 영어로도 번역, 보고서를 매년 발간한다. 관련 실험은 인근의 국립수산과학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UNIST 등의 도움을 얻고 있으며, 교내에 초고속카메라, IR분석기, 천체망원경 등 첨단기자재를 활용한다. 활발한 R&E 운영의 특징은 “아이들의 능력에 맞춘 진정성”이다. 학교 관계자는 “보통은 대학연구실과 연계되는 연구주제로 R&E를 진행하여 연구결과물의 수준이 높겠지만, 우리는 순수하게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생들의 능력으로 지도교사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며 “연구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는지 대학 입학처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장안고에서 운영 중인 R&E 주제 하나가 2014년 전국 화학탐구프런티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방학을 이용한 계절학기의 운영도 돋보인다. 현대문학, 고급수학, 고급화학, 고급물리, 고급생명과학 등 7개 과목을 학생의 능력 적성 흥미에 맞도록 교과목을 개설(각 4단위 68시간), 관련 교과 성적 상위 20% 이내 학생을 선발해 학생의 선택과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부산 장안고의 수많은 프로그램 중 다양한 심화학습 동아리를 운영하는 것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 교과심화 동아리의 경우 ‘무한공간’(수학), ‘STEAM’(생명과학), ‘CHEMISM’(화학), ‘장안의 연금술사’(과학), ‘N.O.V.A’(지구과학), ‘JA-NIE’(사회), ‘장안의 시나브로’(수학), ‘장독대’(독서토론), ‘리만가설’(수학), ‘Jangan Windows’(영어잡지 발간) 등의 동아리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STEAM 동아리는 2015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 한국대표로 미국대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질 강화의 측면으로 수시 논술전형과 구술심층면접에 효율적인 대처방법이 되고 있으며, 선배들의 결과를 토대로 진로선택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학창의대회, 논술경시대회, 모의재판, 토론대회, 진로체험프로그램, 또래멘토링, 교사멘토링 등 셀 수 없이 많은 진로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실질적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와 매년 1박2일간 부산 장안고에서 열리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장안과학캠프(JSF)’에는 해외교류활동도 있으며 KAIST, 포스텍, UNIST, DGIST, 서울대, 서강대 교수들의 특강이 매년 이어지고 있다. 장안과학캠프에 부산 장안고와 MOU를 맺은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죠난고교가 매년 참가하고 있다. 학생들의 해외대학 명문탐방 프로그램도 전액 학교 지원으로 실시해오고 있다. 부산 장안고는 선발을 거쳐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과 아시아권 대학 탐방을 통해 학생들의 시야를 넓히고 있다. 교내에서도 2명의 원어민 교사와의 영어 회화 글쓰기 수업과 장안 영어 말하기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영자신문도 발간한다.


학력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훌륭한 인성과 감성이 풍부한 사람을 육성하기 위해 부산 장안고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예체능”이다. 지난해 서울대가 예체능 교육 부문을 입시에 어떻게든 반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전부터 예체능 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을 부산 장안고는 계속 중요시 했다. 수요일마다 두 시간씩 운영하는 계발활동시간은 교사들이 아닌 외부 전공자를 강사로 불러들여 교육을 시킨다. 1인 1악기를 운영하고 있는데, 바이올린, 플룻, 첼로, 가야금, 기타, 클라리넷, 재즈댄스 등의 21개 과정 중 학생들이 선택, 일주일에 두 시간 교육을 받는다.


관련 프로그램으로 테마가 있는 문화예술 교육인 ‘장안 감성 한걸음’도 눈에 띈다. 지난해엔 외화번역가 이미도 초청 강연, 박호성의 신나는 국악여행 초청 공연,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찾아가는 음악회 초청 공연, 부산청소년연극제 공연 참가, 아지무스오페라단 초청 공연, 클래식계몽제작소 초청 공연, 샌드아트 뮤지컬 <한 아이> 공연, 찾아가는 청소년 인문학 아카데미, 해설이 있는 재즈 콘서트, 버슴새 예술단 공연 등이 진행됐다. 시골의 작은 학교지만 학생들이 문화감성을 키우는 데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 부산 장안고 방문 당시 느꼈던 학생들이 유난히 밝은 이유 역시 입시를 위한 교과공부만 강조하는 게 아닌, 인성과 감성을 보듬는 프로그램의 활성화에 있다고 하겠다.


한편 올해 부산 장안고 대입 실적은 이공계특성화대학을 중심으로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과고생들의 조기졸업이 제한되면서 정원 상당수가 일반고로 돌아가는 입시구조인 가운데, 부산 장안고는 과학중점학교로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공립일반고임에도 불구하고 과고, 자사고를 뛰어넘는 수준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중심엔 교사들의 열정이 자리한다”며 “어느 한 프로그램이나 한 역량이 결정적인 게 아니라 모든 것이 종합적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나오는 결과”라 자평했다.
내신 반영의 학교장전형…탈락이후 일반고 배정 문제 없어
학급당 30명으로, 5학급 총 150명을 모집하는 부산 장안고 전형은 지원자격에 의해 두 가지로 분류된다. 입학정원의 50%인 75명은 지역우선전형으로 선발한다. 기장군에 주소를 둔 5개 중학교(기장중, 대청중, 신정중, 장안중, 부산중앙중) 출신에 한해 모집한다. 나머지 50%에 해당하는 75명은 부산시 소재 중학교 및 울산 서생중, 김해 대동중 출신자에 한해 모집한다.


학교장전형은 오로지 중학교에서 산출한 내신성적에 의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원서작성 시 ‘학교장전형고’ 란 안에 학교명을 기입하고 원서작성을 완료한 후 담임교사로부터 원서를 받아 학교에 직접 원서를 제출하는 절차다. 불합격 시에는 원서가 다시 교육청으로 돌아가 학생이 지원한 인문고로 배정받게 된다. 배정에는 전혀 불이익이 없다. 합격점에 대해 학교 측은 “어떤 학생들이 지원하느냐에 따라 합격점이 결정된다”며 “전형이 끝나기 전에는 누구도 합격점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모집은 일반고 배정 전에 실시한다. 지난해의 경우 12월 10일부터 3일간 원서를 접수한 뒤 16일부터 이틀간 전형을 치르고 19일에 합격자를 발표했다. 탈락자는 일반고 배정에 참여할 수 있다.
▲ TOP 싸이월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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