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이 춤추는 축구의 나라 브라질, 혁신과 변화를 위해 한글과 손잡다
- 주 브라질 한국학교
김윤기 / 교육부 교육연구관 싸이월드 공감
축구와 커피 그리고 삼바의 나라 브라질. 정식 명칭은 브라질연방공화국(Federative Republic of Brazil)이다. 남아메리카의 약 절반(47%)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는 러시아, 캐나다,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5위에 이르며, 세계 최대수량의 아마존 강과 그 유역에 펼쳐진 열대우림은 세계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브라질이라는 국가명도 풍부한 천연자원과 관련이 깊다. 즉 브라질의 어원이 염색의 원료로 쓰이는 브라질나무(brazilwood)1)를 유럽에 수출할 때 선원들이 이 나무를 브라질이라고 부르면서 점차 확산되어 현재의 국가명에 이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12시간의 시차로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1956년 첫 한인 이민자가 발을 내딛은 이래 대한민국 교육의 씨앗도 함께 움트기 시작했다. 1960년대부터 6차례에 걸친 대규모 이민으로 현재 브라질 내 한국 교민의 숫자는 약 5만 여명으로 대다수가 의류업에 종사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의 직종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Ⅰ. 열정의 아이콘에서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최근 세계 10위권에 이른 브라질 경제는 브릭스(BRICs)2)라는 경제용어의 첫머리를 차지할 만큼 세계경제의 신흥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구는 약 1억 9천만에 이르며, 행정구역은 수도인 브라질리아가 속한 연방직할구와 26개 주로 구성되어 있다. 포르투갈 식민지를 겪은 영향으로 포르투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백인들이 많아 영어 사용자도 많으며 에스파냐어를 쓰는 주변국의 영향으로 에스파냐어 사용자도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적으로 이탈리아어나 독일어가 사용되는 곳도 있다. 인구의 85% 가까이가 기독교(가톨릭 66% + 신교 19%)를 믿는 세계 최대 가톨릭 국가이다.

국토는 60% 이상이 산림으로 되어 있으며 철광석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커피, 사탕수수 등 농산물 생산량도 세계 1·2위권이다. 브라질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종목이 16-17세기에는 사탕수수, 17-18세기에는 금광, 19세기에는 커피였다면 최근에 와서는 철강과 자동차, 조선 등 분야가 변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우 제너럴모터스, 포드, 도요타와 같은 기업을 유치했으며, 남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현대자동차도 2012년 브라질 상파울루에 연간 15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건설했다. 그 결과 브라질은 라틴 아메리카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탈바꿈했다. 그 외에도 철강산업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조선국 대열에 들어섰으며, 항공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 특히 1940년대부터 항공기 제조에 관심을 기울인 브라질의 항공산업은 1970년대에 이르러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해 지금은 상용항공기 분야에선 세계 3위, 군사용 항공기 분야에선 세계 4위 규모에 이르고 있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커피는 브라질산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커피전문점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커피의 깊은 맛보다는 커피전문점의 위치나 브랜드명을 보고 커피숍을 찾기도 한다. 또 커피 한잔 값이 웬만한 점심값에 육박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피 맛을 결정하는 원두에 대해선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브라질 커피의 경우 원두 300g 당 흠결이 있는 결점두(defect) 개수에 따라 5등급으로 분류된다. 4개 이하의 2등급부터 시작해서 12개, 26개, 46개, 86개로 구분하여 6등급까지 올라간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최고 등급이 2등급이라는 사실이다. 왜 1등급부터 시작하지 않고 2등급부터 시작했을까? 추측컨대 1등급 원두는 결점두의 개수뿐만이 아니라, 경작되던 해의 날씨와 토양상태까지 잘 맞아야 하기 때문에 신의 영역으로 여겼거나, 어쩌면 바리스타의 영역으로 남겨 놓은 듯하다.
Ⅱ.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의 나라
월드컵은 축구라는 단일 종목으로 치러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축제다. 이번 월드컵은 전 세계 100여 개국이 예선을 거쳐 본선 32개국이 우승을 다투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축구를 즐기는 사람은 세계 200여 개국에 약 2억 4천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월드컵 경기 중 TV나 인터넷 등을 통한 시청자 수는 올림픽의 2배 이상으로 2006년 독일 월드컵의 경우 약 260억 명이 이른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처럼 높은 인기는 올림픽이 프로 선수들의 참가를 제한하고 있는데 비해 월드컵은 출전선수에 대해 그 어떠한 제한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는 그라운드 안에 22명이 작은 공 하나를 놓고 차고, 달리면서 골대 안에 넣은 골의 수로서 경기 승패를 결정하는 어찌보면 단순한 경기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지도 모른다. 또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경험한 것처럼 선수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전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기도하고, 대외적으로 국위가 높아지기도 한다. 일부 국가에선 월드컵 경기를 전쟁처럼 여긴다. 특히 앙숙인 나라와의 경기에선 국가수반까지 응원에 나서며 선수들을 독려하는 이유도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서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브라질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포함해 다섯 번의 우승을 차지한 세계 최강국이다. 올해도 현란한 개인기로 무장한 선수들과 선진화된 전술을 선보이며 우승 후보로 꼽힌다. 이처럼 축구 강국 브라질에서 축구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기에 그들에겐 양보할 수 없는 삶의 일부와 같다.
Ⅲ. 브라질 교육제도
조앙 굴라르트(Joao Goulart) 대통령이 집권한 1961년부터 브라질은 교육기본법을 제정하고 7-14세까지 초등의무교육을 실시하였다. 하지만 PISA의 2006년 국가별 학력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은 57개국 중 과학 52등, 수학 53등을 차지하는 등 최하위의 성적을 보였다. 브라질 사람들의 평균 교육시간 역시 6.2년으로 한국의 11년에 비해 상당히 짧으며, 초·중학생의 30% 정도가 유급을 당하는가 하면 학생들의 실제 하루 수업이 3시간에 불과하다. 그 결과 15세 브라질 학생들의 60% 가량이 문맹이며, 중학교 졸업자의 절반 이상이 기본적인 수학문제에 손을 못 대고 있다.

브라질의 교육 예산은 GDP의 4.3%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교육예산의 25%가 전체 학생의 2%에 불과한 국공립 대학에 편중되어 지원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 외에도 브라질 교육력이 낮은 가장 큰 이유로 교사의 자질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초등교사의 20%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교사의 봉급도 2007년 기준으로 다른 직업의 평균 61%에 불과하다. 즉 교사들의 낮은 월급으로 인해 우수한 인재들이 교직에 들어오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만으로 아마존 오지의 학교에 근무해 주기를 바라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재 브라질의 초·중학교는 9년제이며 국립과 공립의 경우는 무상으로 운영된다. 고등학교는 3년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교는 4-6년제로 국립, 주립, 사립으로 구분된다.

교사의 수준 외에 학생들의 학교폭력 문제도 브라질 교육의 큰 문제점이다. 상파울루시에 따르면 교사 절반 정도가 학생들로부터 위협을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학생들이 총이나 칼 등 무기를 소지하고 등교하기도 한다. 학부모의 낮은 교육열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최근 학생들이 학교에 등록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모들은 아이들을 교육시키고자 하는 의식이 부족하고 학생들 역시 상급학교 진학에 관심이 적으며 제도적 개선 역시 성과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

지난 20세기 초 세계 10위권이었던 아르헨티나가 지난 2001년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한 뒤 2002년에는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상태에 빠지는 등 급속도로 국가 경쟁력이 떨어졌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미래 세대의 주역인 학생들의 학력저하가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학생들의 평균성적의 하락과 국가 경제력 하락의 곡선이 함께 하였던 것이다. 지금 기지개를 켜는 브라질의 경쟁력이 학생들을 위한 교육상황의 개선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Ⅳ. 한국인·브라질인·세계인을 꿈꾸는 브라질 한국학교
브라질 한국학교는 한 지붕 아래 3가지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주중에는 오전에 브라질교육과정, 오후에 한국교육과정(한국교육과정의 초등학교 1998년 2월, 유치원 과정 2010년 9월 교육부 인가)이 운영되고. 양쪽 과정 모두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과정까지만 운영된다, 주말에는 한글학교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의 위치는 상파울루시 봉헤찌로에 있으며 이곳은 대한민국 교민이 밀집된 곳이기도 하다. 브라질 교민은 약 5만 여명으로 추산되며, 이곳 졸업생 대다수가 장차 브라질 사회 진출을 목표로 대학진학 준비를 해야 하므로 학부모와 학생들은 한국교육과정과 함께 브라질교육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오전 7시 30분에 등교하여 12시까지는 브라질교육과정에 따라 운영하고, 오후 1시부터 4시 30분까지는 한국교육과정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고 양국의 교육과정을 기계적으로 오전 오후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브라질 교육과정에서 1-2학년의 수학과 체육, 3-6학년의 수학, 과학, 체육, 영어는 공통과목으로 인정하고 공통교과이수 인정제를 적용하여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사실 이렇게 현지 사정에 적합한 특성화 교육과정은 쉽게 얻어진 것은 아니다. 브라질 한국학교 공한옥 교장에 따르면 “브라질 한국학교 발전을 고민해온 교민들과 학부모들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라고 한다. 이처럼 일부 과목을 공통으로 운영하지만, 두 나라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서 오는 학습량은 국내 학교보다 많은 편이다. 별도의 사교육 없이 두 나라의 교육과정을 학습하므로 더 많은 글로벌 인재로 커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브라질 한국학교에선 포르투갈어(브라질은 포르투갈어가 공용어임)의 의사소통 능력을 배우는데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시키는 일이 있다. 학교로선 재정의 59%를 수업료에 의존하므로 학생 수 감소는 학교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현재 학교 규모에 비해 학생이 적어서 인건비 부담률이 높고, 학생대비 건물면적이 커서 가옥세가 연간 1억 1천만 원, 학교법인이 지불하는 1억 6천만 원 등으로 세출 요인을 해결하지 못하여 2004년 이후 브라질 국세청에 거액의 체납액이 발생되고 있어서 학교가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위해 상파울루 총영사관, 한·브교육협회 이사, 파견 교장, 범교포단체장,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수습위원회를 발족하여 대책을 수립 중에 있다.

공한옥 교장에 따르면 교육과정 운영의 특성화를 통해 ‘떠나는 학생들을 돌아오는 학생으로’, ‘보내고 싶지 않은 학교에서 보내고 싶은 학교’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교민들의 마음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 구현할 목표를 토대로 교과목 선정, 수업시수 타당성을 검토해, 학생들이 즐거운 학교, 학부모들이 만족하는 학교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금 브라질 한국학교는 작은 지류에 불과하다. 교민들에겐 이해를 구해야 하고, 재정적으로 건너야 할 강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조금씩 해결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이 전 세계의 부러움이 되고 있는 것처럼 브라질 한국학교의 교육이 아마존강처럼 큰 강이 되어 남미 전역을 굽이쳐 흐르는 날을 꿈꿔 본다.
참고문헌
김건화, 『신이 내린 땅, 인간이 만든 나라 브라질』, 미래의 창, 2010

조희문, 『라틴아메리카의 희망 브라질』,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2009

최영수, 『브라질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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