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건강한 호주 학생들, 비결은 학교체육
황성규 / 경인일보 기자 싸이월드 공감


Ⅰ. 체육활동은 기본 중의 기본
지난해 7월 18일 호주 시드니 근교에 위치한 틴데일스쿨 (Tyndale School)을 방문 했다. 이곳에서의 첫 느낌은 ‘학교 가 굉장히 넓다’는 점과 ‘원 없이 운동할 수 있겠다’라는 두 가 지였다. 학교 곳곳에는 잔디가 깔려있고, 육상트랙도 있었다. 마치 체육전문학교를 방불케 했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학교가 시설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학교 관계 자는 “재정 여건이 좋은 다른 사립학교에 비하면 시설 여건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라고 했다. 이곳 학생들은 각기 전용구장 을 활용해 스포츠를 즐기고 있었다. 축구와 농구는 물론, 우 리에게 다소 생소한 럭비와 넷볼 등 종목도 다양했다.

순간 필자의 과거 학창시절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 다. 점심시간이 되면 운동장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순식간에 밥을 먹어 치우고 운동장으로 달려 나갔던 기억, 금세 몰려든 학생들로 흙먼지 뒤덮인 농구코트에는 수많은 농구공들이 왔 다갔다했던 기억들이 문득 떠올라 왠지 모를 씁쓸함과 부러 움이 교차했다.

호주는 지난 2004년부터 학교체육과 스포츠클럽을 연계 운영해 온 국가다. 국가 주도의 정책을 통해 학생들의 공동 체 의식을 높일 뿐 아니라 개개인의 비만율을 떨어뜨리는 등 ‘인성’ 과 ‘건강’의 두 측면에서 모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 다는 평가 를 받고 있다.

호주 교육 당국은 주당 3시간을 체육시간으로 운영토록 의 무화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일선 학교에서는 일주일이 아 닌 하루에 3시간가량 체육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틴데일스 쿨의 경우 매일 등교와 동시에 체육활동이 이뤄진다. 학생 들은 등교와 동시에 교실이 아닌 운동장에 모여 스트레칭 등의 기초체조를 실시하거나 가벼운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이 렇게 20~30분간 오전 체육활동을 마친 뒤에야 학생들은 교 실로 들어가 정규수업에 임할 수 있다. 이 학교 레베카딜런 (Rebecca Dillon·39·여) 교사는 “교내 체육활동을 통해 학 생들 대부분은 건강한 신체를 갖게 되며 실제 비만율도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운동을 통해 협동과 단결 등의 팀워크가 형 성되고 학생들은 어린 나이에 자연스럽게 단체생활과 사회성 을 습득하게 된다”고 했다.

학교에서 체육 교과목을 등안시하고 영어나 수학 등 주요 과목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을 언급하 자, 해당 교사는 고개를 저었다. 레베카 교사는 “체육활동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단순 운동에 그치지 않고 전략과 작전 등을 통해 승부에서 상대를 이기는 법을 배운다. 이는 건강 뿐 아니라 지능 발달에도 큰 도움 이 된다. 실제 운동을 잘 하 는 친구들이 학업 성적도 우수한 편” 이라고 말했다.

학교스포츠는 학습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이 호주 교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호주 시드니 지역의 대 표적인 명문 사립학교로 손꼽히는 더킹스스쿨(The King’s School)과 시드니남자고교(Sydney Boys Highschool)도 학 습시간 못지않게 교내 스포츠 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마크왕(Mark Wang·35)교사는 “대부 분의 학교에서 는 PDHPE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실전 운동에 앞서 체육의 이 론과 전략을 두루 가르친다. 학생 시기의 활발한 체육활동은 체력 향상과 함께 끊임없이 두뇌회전을 일으켜 학습능력에 도 큰 효과를 거둔다. 최근 각종 연구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한 다.”고 말했다.
Ⅱ. ‘왕따’는 잊혀진 단어
지난해 7월 20일 호주 시드니 근교의 한 공원에서 시드니 그래머스쿨(Sydney Grammar School)과 아난데일스쿨(The Annandale School) 학생들 간 럭비시합이 열렸다. 토요일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응원에 나선 학생, 학부모들로 북적였 다. 어찌 보면 동네 공원에서 펼쳐지는 단순한 놀이 정도로 볼 수도 있었지만,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매서웠고 같은 학교 친구들의 응원전 역시 열띠게 벌어졌다. 이날 경기에 선수로 뛴 학생 중 동양인 학생 한 명과 이야 기를 나눌 수 있었다. 2년 전 호주에 건너 온 박모(15)군은 이 날 경기에 이긴 것이 기쁜지 연신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박군은 과거 우리나라에 있을 당시 왕따를 경험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다행히 이곳에 온 뒤로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고, 그 변화의 중 심에 스포츠 활동이 있다고 박군 은 전했다. 박군은 “피부색이나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친구들 이었지만 함께 몸을 부딪히고 힘을 합치다보니 어느새 가깝 게 지내게 됐다.”며 “지금은 학교생활이 너무 행복하고 즐겁 다.”고 말했다.

틴데일스쿨의 경우 초·중·고가 포함된 12학년 과정에 유 치원까지 포함된 통합학교로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재 학 중인데다, 다민족 국가인 호주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돼 학 생들의 국적도 20여 종류에 달한다. 이처럼 연령과 국적이 다양한 학생들이 모였지만, 학생들 간 불협화음은 전혀 없 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웬디드브룸(Wendy de Vroom·54·여)교사는 “매주 화요일마다 인근 학교와 여러 종목의 시합을 벌이는데, 학생들은 그 시합에 나가기 위해 방과 후 혹은 주말까지 시간을 할애해가며 한데 모여 연습을 한 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아이들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싹 트게 된다. 어떻게 친구를 따돌릴 생각을 하겠는가?”라고 말 했다. 이처럼 다민족·다문화 사회에서 야기되는 학생들 간 문제조차 학교스포츠를 통해 풀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점차 다문화사회로 접어드는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도 시사하는 바 가 크다.

인데이버체육고교(Endeavour Sports Highschool) 데일 파머(Dale Palmer) 교장도 호주에서 ‘학교폭력’이나 ‘왕따’ 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만약 교 내에서 폭력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즉각 경찰을 부르도록 돼 있다. 그러나 최근 5년 새 경찰이 학교에 찾아온 적은 없었 다.”며 “학교스포츠의 활성화 이후 학교폭력이 눈에 띄게 줄 었음은 물론, 스포츠를 통해 다져진 학생들의 우정은 생각 보 다 엄청난 편”이라고 말했다. 호주에서 ‘왕따’, ‘집단괴롭힘 (School bullying)’ 등의 단어는 언제부턴가 점차 잊혀져가는 단어가 돼 가고 있었다.
Ⅲ. 지역사회와의 공조가 중요
같은 날 시드니 근교의 다른 공원을 찾았다. 이곳에는 어림 잡아 500명은 돼 보이는 학생들이 유니폼을 챙겨 입은 채 한 데 모여 있었다. 스포츠는 남학생들의 전유 물일 것이라는 필 자의 선입견은 이날 보기 좋게 깨졌다. 공원에 모인 학생들 의 대 부분은 여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이날 준비 하는 경기는 넷볼(Net Ball)이 라는 생소한 종목이었다. 농구 와 흡사하지만 드리블이 필요 없어 호주에서는 특히 여학생 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이곳 공원에는 넷 볼 경기를 위한 전용경기장만 70~80곳 가량 마련돼 있었다. 오전 9시 정각이 되자 코트마다 배정된 심판들이 일제히 호 각을 울려 경기의 시작을 알렸고, 수십 여개의 코트에서 동시 에 대규모로 경기가 시작됐다.

이날 경기에 참여한 학생들은 시드니 지역 곳곳에 구성된 스포츠클럽 소속으로, 이들은 교내 체육활동 뿐 아니라 휴일 에는 지역사회가 운영하는 클럽에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 었다. 줄리아버크만(Julia Berkman·16·여) 학생은 “클럽 에 가입하더라도 주전선수로 뛰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며 “더 열심히 연습해서 하루빨리 1군(Major) 선수로 뛰고 싶다.”고 했다.

시드니 지역 일대에는 수백 여개에 달하는 스포츠클럽이 존재한다고 한다. 주로 토요일 오전 시간을 활용해 경기를 갖 고, 게임이 끝난 오후에는 학부모들이 바베큐 파티를 열어 학 생들은 물론 학부모들 간 친목도 다진다. 이처럼 학생들의 스 포츠 활동이 지역사회 구성원 간 관계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 치고 있었다.

호주 지역사회는 클럽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체육시설을 갖추는 등 인프라 확충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학교스포 츠클럽 역시 지역사회의 도움을 얻는다. 호주의 학교들은 기 본적인 체육시설 대부분을 학교에 갖추고는 있지만, 교내 충 당이 어려운 암벽등반, 볼링 등의 종목은 지자체의 도움을 받 아 학교 밖에서 실시한다. 특히 매주 화요일 오후에 펼쳐지는 레크리에이셔널스포츠(Recreational Sports) 시간을 통해 학 생들은 학교 밖으로 나가게 된다. 이 시간에는 다른 학교 학 생들과의 교류도 이뤄져, 스포츠를 통해 폭넓은 인간관계도 맺는다.

틴데일스쿨 나렐리틀(Narrel Little) 교직원은 “교내 스포 츠클럽 운영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와의 협력 없이 교내 활 동만으로는 시설 이용이나 규모 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학 교와 지역사회, 즉 교육계와 행정당국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학 생들에게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 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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