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와 미래학교 ‘이정표’ 세우다-인천 영종중학교
서혜정 / 한국교총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사무국장 싸이월드 공감
자유학기제 “저를 잘 아시나요?”
“저를 아세요?” “그럼요, 아주 잘 알지요.” “나에 대해서 얼 마나 안다고 그래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딱 아는 만큼만 안 다고 해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나오는 대화입 니다. 자유학기제 연구학교이자 2013 KEDI 미래학교로 선 정된 ‘영종중학교(교장 김동환)를 가다’ 현장 기사를 시작하 면서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으실 겁니다.

박근혜정부 1년을 돌아 볼 때, 가장 주목받은 교육정책이 ‘자유학기제’입니다. 그러나 1학기 다른 학교보다 먼저 운영 해 본 인천영종중학교를 비롯한 42개 연구학교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현장 교원, 학부모, 학생들에게 자유학기제라는 존 재가 딱 영화 속 이 대화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막상 2월 학생들을 평가하자니 막막하기만 하다는 교사, 열심히 지원도우미를 하고 있다는 학부모와 동아리(수업) 활 동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학생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불안 감을 제대로 짚어, 자유학기제를 ‘잘 알고 있다’고 ‘진단하고 평가’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든 탓입니다. 박 대통령의 공약인 ‘행복교육’을 현장에서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 진정한 목표라면, 집권 2년차에 들어서는 지금, 정말로 중요한 것은 교육현장을 ‘아는 만큼만 안다’고 과장하지 않고 정확히 전달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지난 2월 7일 영종중학교를 찾은 자유학기제 연구 진과 취재진에게 운영성과를 발표한 구교정 교무부장이 마 무리 시(詩)로 선택한 서산대사의 야설(夜雪) “눈 덮인 들판 이지만 함부로 아무 데로나 걸을 수가 없구나. 오늘 내가 남 긴 발자국이 뒤에 따라오는 사람에게 이정표가 되기에.”를 들려주신 것도 용기(?)를 주었습니다. 고심 또 고심해 개척 한 결과가 뒤따라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을 시 한편에 담았다고 믿으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영종중학교의 우수한 수많은 사례보다는 문제점 과 어려움에 초점을 맞춰 현장 취재 내용을 전달하려 합니 다. 아! 물론 영화에서 배우 고현정이 언급한 것처럼 ‘딱 아 는 만큼만!’
교육과정 재구성부터 수업, 평가까지 새로운 시도…행복교육 ‘답’ 찾아
“학교생활기록부에 어떻게 적어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기록에 남을 내용인데 좋지 않은 글귀가 들어가도 될지, 그래 도 교과평가인데 솔직하게 써야 할지….”

인천영종중학교를 방문한 지난 2월 7일은 봄방학을 앞두고 교사들이 학교생활기록부 세부 사항 입력이 한창 진행 중인 시 기였던 만큼 간담회에 참석한 한 교사의 입을 통해 나온 이 말 은 자유학기제 ‘평가’에 대한 모든 교사들의 궁금증을 담은 함 축적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한 학기 동안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수행 평가, 형성평가, 포트폴리오평가 등 다양한 평가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교사가 이런 의문을 갖게 한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이날 자유학기제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설명한 남일성 연구부장은 “기존 교육과 정에서 1시간씩 시수를 감해 학생 선택형 프로그램을 운영했 다.”면서 “교육과정 재구성과 융합수업을 통해 줄어든 시수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유형 중 ‘학생선택프 로그램 중점모형’을 적용한 것이다. (<표1> 참조)


전숙영(영어) 교사는 “수업시수가 줄어 핵심성취기준을 개발 하고 이것을 토대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게 되면서 자연스럽 게 여러 가지를 융합하는 시도를 하게 됐다.”며 “시험과 진도 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다양한 수업을 해보게 되고, 아 이들 반응도 나타나 수업은 확실히 즐거웠다.”고 말했다. 김동 환 교장은 “입시나 시험에 묶여 그동안 수업개선은 늘 잘 안됐 었는데 자유학기제로 현장 교사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며 “평가 자율권이 주어졌을 때 상당수 교사들이 당 황했지만 지금은 다른 학년 교사들이 오히려 1학년을 부러워하 고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포트폴리오평가 등으로 평가를 다양화하고 모둠별 수업이 크게 늘어난 만큼 조원 간의 평가, 다른 조 평가, 자기 평가 등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학생과 학부모가 납득할 수 있게 된다. 학교 측에서 제시한 평가의 방향이나 유형을 보면, 핵심성취기준에 따른 평가기준의 구체화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교사의 ‘고민’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 이다. 지필평가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수행과정과 정서적인 면 을 어떻게 평가하여 생활기록부에 기록해어야 할지가 큰 부담 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역시 문제는 평가인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학생의 ‘불만’ 역시 비슷했다. 이 모 학생은 “자유학기제를 통해 막연하게 갖고 있던 꿈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게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단점으로 수행평가를 꼽았다. “가장 싫었던 것은 수행평가와 모둠별 과제”라며 “프로젝트학습 평가에서 나만큼 열심히 하지 않은 나머지 학생들도 점수를 잘 받은 것 같아 조 금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힌 ‘평가 내용’을 보고 학생과 학부모, 동료 교사들도 납득하지 못한다면, 즐겁고 활기차게 바뀐 수업 이 문화로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남 일성 연구부장은 “이번 학년도는 시행착오 없이 교육과정재구 성부터 평가까지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면서 “동아리와 방 과후 활동을 통해 1학년 뿐 아니라 자유학기제를 타 학년과도 연계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동환 교장도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수업과 평가가 바뀌어야 하는 자유학기제의 근본 취지대로 운영하려면 교사가 힘들 수밖에 없지만 수업하는 즐 거움을 맛 본 교사들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수행평가 보완을 위한 ‘루브릭1)’ 등을 개발하여 현장을 지원해 줄 것을 연구기관과 교육부에 ‘돌직구’로 요구하고 싶다.

자유학기제의 다양한 평가와 관련한 학부모 연수와 교육도 마찬가지다. 자유학기 평가는 기본적으로 학생의 학업성취수준 판단(점수)이 아닌 학생의 학습발달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아직도 학부모들은 자유학기제는 ‘평가가 없는 학기’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학 부모 몇 분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자유학기는 평가가 없 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간에 집중된 지필고사 형식의 중간· 기말고사가 없는’ 학기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의 교수·학습 과정에 대한 점검과 학습 목표 도달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평 가를 실시해야 하며, 가정에서도 학생의 자기평가 등에 참여해 야 함을 이해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홍보’를 활성화해야 한다.


수업을 속박하던 ‘지필평가’의 폐지로 인해 ‘자유학기제’ 운 영의 토대가 마련되었지만 정의적 영역과 핵심역량 영역의 평 가 및 수행평가라는 ‘또 다른 평가’를 학생과 학부모가 수용하 지 못하고, 교사가 그 벽을 뛰어 넘지 못하면, 자유학기제가 추 구하는 다양한 수업은 더 이상 진일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종중학교는 학생선택 프로그램에 중점을 뒀다. 6주 과정 의 한 시즌에 10개 프로그램을 편성해 세 시즌을 운영하고 있 다. 염인식 교감은 “체험활동을 1회 추가했지만, 학부모에게 비용을 절반 부담하도록 해 예산도 절감하고 교사와 학부모 워 크숍 등 교재연구 및 연수를 위해 썼다.”고 설명했다.
“창의성·사회성·수월성·형평성·다양성 구현하는 미래학교 롤 모델 될게요”
영종중은 5가지 미래학교 지향가치를 학교교육과정에 잘 반 영해 운영하고, 다양한 체험학습과 실습 등을 통해 창의력과 탐구정신을 고양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미래학교에 선정됐다.


아름다운 학교, 행복한 학교, 미래학교….

지난 한 해 동안 영종중학교가 거머쥔 우수학교 ‘타이틀’이 다. 물론 이 외에도 우수학교를 선정해 포상하는 상들은 많 다. 이렇게 많은 ‘상’이 있음을 잘 알고 있는 한국교육개발원이 SBS와 공동으로 ‘미래학교’라는 상을 하나 더 선정해 시상하기 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종중학교 미래학교 현판식에서 만난 이창재 SBS 미래부 차장은 “대부분의 포상은 상을 주는 것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수학교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 를 확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즉, 미래학교는 교육 의 창의성, 사회성, 수월성, 형평성, 다양성 등 미래학교의 5가 지 가치를 지향하는 학교를 발굴, 그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교 육의 질을 높이려는 다른 학교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3회 째 미래학교 선정 심사를 주관한 구자억 한국교육개발 원 기관평가연구실장은 “미래학교의 진정한 교육적 가치가 살아나려면 교장 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 학생, 지역사회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경영에 있어 교장의 리더십 이 가장 중요하지만, 개방과 참여·공유가 이뤄질 때, 투명성 과 신뢰가 높아져 리더십도 강화된다는 것이다. 구 실장은 “다 양한 교육과정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하는 수업” 이라면서 “자유학기제는 물론 미래학교의 진정한 교육 가치는 소통하는 교육과정과 평가에 대한 신뢰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교장은 “미래학교는 지향 가치가 뚜렷해 응모하는 과 정을 통해 종합적으로 반성할 기회를 갖게 해 줬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교육의 방향이 정확히 제시되면, 많은 선생님들이 내용과 성과 면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 로 교직원은 물론 학부모들과 미래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방향으로 학교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은 “그동안 ‘미래’라는 미명 아래 미래를 멍들게 하는 행태를 많이 보아왔기에 더욱 값진 사업” 이라며 “미래학교가 지향하는 조건들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들 을 찾아 격려하고, 완전한 모델을 구축해 행복한 미래사회, 미 래국가의 단초를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3년 미래학교’에는 인천영종중학교 외에 경북이산 초등학교, 충남공주여자고등학교,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 등 총 4개교가 선정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은 SBS와 함께 향후 10 년간 100개의 미래학교를 발굴하여 한국교육의 질을 제고하겠 다는 계획이다.
1)
루브릭 : 학습자들의 수행을 측정하기 위하여 고안된 채점기준으로 교사가 학습자의 산출물의 질을 판단하기 위한 준거가 된다. 또한 학습자들의 학습 목표나 과제 기대 수준을 정확히 인식하도 록 제시해주는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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