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발의 과제와 방향
황규호 /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싸이월드 공감
Ⅰ. 서론
교육부는 2013년 10월 24일 2017학년도 대입제도를 확정하 여 발표하면서 보도자료의 일부로 “융합형 인재육성의 필요성 및 의견수렴 기간에 나타난 문·이과 융합에 대한 폭넓은 지지 를 고려하여 금년 말부터 교육과정 개편에 착수하고, 이에 따라 2021학년도 수능체제(2018학년도 고1 적용) 개편도 검토한 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와 함께 ‘2015 융합형 교육과정 개편 추진일정’도 함께 제시되었는데, 그 주요 일정은 2015년 5월까지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2017년 8월까지 교과서 개발과 검정을 마친 후, 2018학년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새 교육과정 과 교과서를 적용하여 2021학년도 수능에 이를 반영한다는 일정이다. 2014년 2월 13일 교육부 업무계획 보고에서는 총론 핵 심사항 결정을 2014년 7월까지 추진하고 2015년 9월에 총론과 각론을 고시한다는 일정이 발표되었다.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의 필요성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 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문·이과 칸막 이를 없애는 새 교육과정 개발”이라는 진술로 요약되고 있으 나, 문·이과 칸막이를 제거한 상태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를 지칭하는지에 대한 세부계획은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14 교육부 업무보고에 제시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기본방향(안)’은 “모든 학생이 인문·사회·과학에 관한 기초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편성”하며 “꿈·끼를 키워줄 수 있는 다 양한 선택과목 또는 진로과정 개설[을] 검토”한다는 원론적 수 준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 글에서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담론이 제기된 배 경을 검토하고,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떠 한 형태의 교육과정을 의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 을 비교하고 검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문·이과 통 합형 교육과정은 그것을 어떠한 형태로 개발하는가에 따라 창 의인재 양성에 크게 기여하는 교육과정이 될 수도 있고, 오히 려 교육의 획일화나 학습부담 증가를 야기하거나 또는 기초지 식 저하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본다.

즉,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문제는 찬성이냐 반대냐의 단순한 논리로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더욱 중요한 과 제는 그것이 학생들의 교육경험의 질을 높여 주는, 올바른 방 향의 통합형 교육과정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Ⅱ. 문 · 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논의의 배경
문과, 이과의 구분은 고등학교 학생들이 이수할 ‘과정’의 종 류와 유형을 규정하는 개념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과정의 구분은 2차 교육과정(1963- 1974)에서 처음으로 도입되었는데, ‘교과 과목 단위 시간 기준’ 에서 “4. 고등학교의 교과목은 학생의 진로와 직업 선택에 따 라 인문 과정, 자연 과정, 직업 과정, 예능 과정으로 구분하여 지도한다.”는 지침이 제시되었다. 4차 교육과정에서는 ‘인문 과정’의 명칭이 ‘인문 사회 과정’으로 변경되었으며, 이러한 구 분은 제6차 교육과정까지 유지되었다.

7차 교육과정에서는 ‘국민공통기본 교육과정’과 고등학교의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구분한 가운데 일반계 고등학교의 ‘과 정’ 구분에 대해서는 학교 수준에서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 침의 하나로 “일반계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에는 학생의 진로와 관련한 엄격한 과정을 따로 두지 아니하며, 개별 학생은 자신 이 선택하여 이수한 과목들을 모아 자신의 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학교는 학생의 진로선택을 돕고, 계열성 있는 선택과목의 이수를 위하여 필요한 과정을 설치하여 운영 할 수 있으며,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은 시·도교육청이 정한 지침에 따른다.”는 지침을 제시함으로써 과정 구분의 다 양화 및 개별화를 도모하였다. 이와 같은 지침은 이후의 2007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유지되었으며,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는 진술의 내용에는 변화가 있었으나 그 기본 틀이 대체로 유 지되고 있다.

일반계 고등학교 교육과정 개정의 대체적인 방향은 학생들 의 ‘과목 선택권 확대’와 ‘이수 과정의 다양화’를 지향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은 특히 7차 교육과정 이후에 강화되었으며,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국민공통기본 교육 과정’의 틀에 의해 유지되었던 고등학교에서의 공통과목을 모 두 폐지하고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모든 과목을 학생들이 선택 하여 이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수과정의 다양화 역시 7차 교육과정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 점을 해소하고 ‘수요자 중심 교육’과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구 현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교육과정 측면에서는 과목선택의 확대와 과정의 다양화가 추진되었으나, 1994년에 도입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체제는 ‘문과’와 ‘이과’의 엄격한 구분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학생들의 ‘수험부담 경 감’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변천해 왔으며, 그 결과 계열에 따른 출제, 계열에 따른 응시과목의 차별화 등을 통해 점차적으로 계열별 공통성보다는 계열별 차이를 심화시켜 왔다고 볼 수 있 다. 특히 7차 교육과정에 의한 2005학년도 수능부터는 수학영 역 시험이 수준별로 구분되고(가·나형)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중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여 응시하도록 함으로써 문과와 이과 사이의 시험영역의 차별화가 더욱 심화되었다.

이와 함께 수험부담 경감을 위해 탐구영역의 선택과목도 4 개에서 3개로(2005학년도), 다시 2개로(2015학년도) 축소됨 에 따라 ‘문과생’의 수학·과학 기피는 물론 ‘이과생’의 수학 및 과학 기초지식 학습의 기회도 더욱 줄어들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교육과정의 변화와 대학수학능력시험체제의 변화와 관련하 여 2006년을 전후하여 주로 과학계를 중심으로 ‘문·이과 폐 지 담론’이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2005년 에 발족한 과실연(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은 2006년 4월 21일 ‘국가 운영의 과학적 기조 확립을 촉구한 다’는 제하의 제7호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6개 촉구사항 중 두 번째 항목으로 “2. 모든 국민이 인문사회 지식과 과학기술 지 식을 균형 있게 갖출 수 있도록 중등교육에서 문과-이과 구분 을 실질적으로 철폐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문·이과 폐지 필요성의 근거로는 ‘융합시대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와 함께 수학 및 과학의 기피현상 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문·이과 폐지 담론은 일차적 으로는 문과 과목과 이과 과목 사이의 장벽이나 편식을 문제 로 삼으면서 균형 있는 이수를 강조하는 논의이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인문계열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을 소홀히 대하거나 또는 기피하는 현상, 더 나아가 자연계열의 학생들까지도 ‘선 택’의 확대에 따라 수학 및 과학 분야의 기초지식을 충실하게 학습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 다고 볼 수 있다.

문·이과 분리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학생들의 진로를 조기 에 문과와 이과라는 두 개의 과정으로 양분하고 각각의 과정별 로 이수해야 할 교과목의 종류와 범위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제 한함으로써 특정 교과영역에 편중된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는 데에 있다. 학습경험의 편중과 분리는 균형 있는 교육과정 이 수를 어렵게 하며, 자신이 이수하지 않는 과정에 관련된 과목 들에 대한 배제와 무관심을 야기하여 개인의 사고와 진로와 자기정체성을 ‘문과형’과 ‘이과형’으로 고착화시키며,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균형적 발달 및 진로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저해하게 된다. 또한 문과와 이과 사이의 장벽에 의한 과목의 ‘편식’은 모 든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핵심 ‘공통소양’을 함양하는 데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며, 특히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통합적·융합 적·복합적 사고’의 발달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 다. 교과목 사이의 분절현상은 융·복합적 사고능력의 함양을 저해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이와 같은 배경의 검토를 바탕으로 하여 이하에서는 ‘문· 이과 통합 교육과정’의 성격이나 의미, 가능한 실천방안들의 장단점, 예상되는 쟁점 및 향후 발전 방향과 방안을 살펴보고 자 한다.
Ⅲ. 문 · 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성격과 주요 쟁점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는, 서로 관련되지 만 초점이 다른 두 가지 유형의 논의로 구분해 볼 수 있다.1) 하나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논의를 고등학교에서의 ‘과 정(track)’의 구분 및 운영 방안에 대한 제언으로 해석하는 것 이다. 즉, 고등학교 단계에서 학생들의 진로나 적성, 소질과 흥미 등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이수하 도록 할 과정의 유형을 무엇을 기준으로 하여 몇 가지로 구분 하는 것이 적절하며, 각 과정 사이의 차별성이나 또는 공통성 을 어떻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관한 문제로 해 석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논의를 교과목 구분 및 조직 방안에 대한 제언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즉, 교과 사 이의 과도한 단절을 야기하는 분과적 교육이나 또는 동일 교과 내 세부 영역 사이의 분절적 교과목 편성 및 교과교육과정 조 직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학생들에게 통합적이요 융합적인 사 고의 경험을 제공해 주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로 해석하는 것이다.
1. 과정의 구분 측면에서 본 ‘문 · 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쟁점과 과제
‘과정’의 구분은 학생들이 이수해야 할 교과목의 이수체제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관련되는 과제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검토되어야 할 핵심적인 쟁점은 다양성과 공통성 사이의 쟁점, 전문성 심화와 균형적(전인적) 발달 사이의 쟁점, 그리고 선택 의 확대와 공통필수의 강화 사이의 쟁점 등의 형태로 나타난 다. 다양성, 전문성, 선택 등을 강조하는 관점에서는 학생 개개 인의 소질이나 적성, 진로나 흥미 등에 따라 과목의 선택권을 확대하여 하고 싶은 공부, 잘 하는 분야의 공부를 집중적으로 심화하여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준다. 공통성, 균형성, 필수 강화 등을 강조하는 관점에서는 진로나 적성 등 과 무관하게 인간으로서 보편적으로 갖추어야 할 공통의 능력 이나 자질, 또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공통 능력과 자질을 균 형 있게 함양할 수 있도록 공통의 교육경험을 필수로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준다.

‘과정’의 구분 및 운영의 맥락에서 추진할 수 있는 문·이과 통합의 구체적 방안들은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째, ‘단일과정 운영 방안’으로, 통합을 목적으로 하여 일반계 고 등학교 교육과정을 ‘공통 필수과목’ 중심으로 운영하여 모든 학 생들이 사회과와 과학과를 포함하여 중요한 학습영역을 공통 으로 이수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즉, 고등학교 과정을 원칙적 으로 단일과정으로 운영하는 방안이다. ‘단일과정 운영 방안’ 은 ‘교육의 획일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얻기 에 어려움이 있다. 이 방안은 특히 최근 강조되고 있는 ‘꿈과 끼를 존중하는 행복교육’의 방향성과 오히려 상충되는 방향으 로 나가게 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으며, ‘공통필수’ 범위의 정 도에 따라 학습자의 부담을 높일 수 있고, 또한 다양한 진로 에 필요한 ‘심화학습’의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한 계가 있다.

둘째, ‘과정 세분화 방안’으로, 현실적으로 ‘문과’와 ‘이과’로 양분되어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과정을 더욱 세분화하여 운영 하는 방안이다.

‘과정 세분화 방안’은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안되고 논 의되었던 ‘진로 집중과정’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으며, 두 개의 과정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체제를 다양화할 수 있 다는 점에서 널리 옹호되기도 한다. 그러나 진로(또는 대학의 전공 선택)에 따라 과정을 달리하고 그 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만 해당 전공의 입학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경직되게 운영될 경 우,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고등학교 초기 단계에서 진 로나 전공을 분명하게 설정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 이후의 진로 변경 시 겪게 되는 어려움, 특히 의학, 법학 등 ‘인기 전공’ 에 대한 편중 지원의 문제, 동일 전공 입학생들 사이의 다양성 의 결여, 눈치작전 등 대학입학지원 시점에서의 전략적 대응 에 대한 제약에 따른 혼란 등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예상된다. 셋째, ‘개별화 과정 운영방안’으로, 학생 개인별로 개별화된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과정의 유형이나 개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 경 우에 있어서도 모든 과목을 학생의 선택에 맡기기보다는 교과 영역별로 일정 단위 수를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통해 과목 선택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일부 과 목에 대해서는 이를 필수로 지정하는 방안도 병행할 수 있다. 이러한 방안은 실제로 여러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한국 의 현행 고등학교 교육과정 역시 기본적인 성격은 이와 같은 방안을 표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에 제시된 세 가지 방안 중 선택과목 중심의 ‘개별화 과정 운영 방안’은 교육과정 운영의 유연성과 개별화 등의 측면에서 장점이 있으며, 서론에서 언급한 2014 교육부 업무보고의 방 향과도 일치한다고 본다. 다만, 이와 같은 과정을 올바르게 운 영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실제적인 과목 선택이 허용될 수 있 도록 학교 여건의 개선(특히 다양한 과목의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교원 충원)이 요망되며, 이와 함께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이수하는 과정이 이른바 ‘카페테리아 교육과정’, 즉 체계성을 상실한 임의적인 교육과정이 되지 않도록 진로지도 및 학사지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수능시험체제가 실제로 학 생들의 이수과정을 문과와 이과로 양분되게 하는 원인으로 작 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회 및 과학 사이의 교차 응 시는 물론 더 나아가 국어, 영어, 수학에 있어서도 탐구영역과 같이 ‘과목별 시험’ 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2. 교과목 편제 측면에서 본 ‘문 · 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쟁점과 과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의 중요한 근거의 하나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통합적·융합적·복합적 사고’의 발달이 필요하다는 것이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문· 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은 교과목 사이의 과도한 분절현상을 극 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검토 되어야 할 핵심적인 쟁점은 그동안 ‘통합 교육과정’을 두고 제 기되었던 다양한 쟁점들이다.

하나는 교과 통합의 논리적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 쟁점으로 서, 수학, 과학, 예술 등등의 ‘지식의 형식’들 사이에 존재하는 논리적 특성(논리적으로 독립적인 개념체제와 논리적으로 구 분되는 진위 판별의 양상의 차이 등)들을 감안할 때, 과연 통 합/융합이 논리적으로 가능한 것인지의 문제가 쟁점으로 제기 된다. 수학에서의 진위판별기준은 경험과학이나 사회과학, 또 는 예술이나 도덕 분야에서의 진위판별기준과 그 논리적 특성 을 달리한다고 보아야 한다면 과연 이들 상이한 형식의 지식 들을 통합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 기될 수 있다.

다른 쟁점의 예로서, 통합교육의 효과성과 효율성 측면의 문 제도 제기되어 왔다. 즉, 통합교육은 각 교과별 지식을 체계적 으로 학습하는 데 오히려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그 것이다. 초기에 초등학교 통합교육과정에 수학을 포함하였다 가 이를 독립 교과목으로 분리한 배경에는 통합교육이 자칫 기 초교육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융합과학’에 대한 강조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의 영역 에서 발전되어 온 지식의 체계를 혼란스럽게 함으로써 각 영 역별 핵심 지식의 체계적 학습을 저해할 위험은 없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예견할 수 있다.

교과목 편성 및 조직의 측면에서 ‘문·이과 통합’, 즉 ‘통합 적·융합적·복합적 사고’의 함양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되어 야 할 교과목 편성 및 조직의 개선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과 교육과정의 개발에 있어서 교과 내, 그리고 교과 간 수평 적 연계성, 즉 통합성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즉, 교과 내에서는 이른 바 큰 개념(big idea), 또는 연결고리 개념(cross-cutting concepts) 등을 통해 하위 영역 사이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 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으며, 교과 사이에서는 유사한 학습 소 재의 공유, 또는 교과 사이의 관련 개념들을 부분적으로 통합 하는 교과 간 통합의 확대 방안 등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이 를 위해서는 교과 교육과정 개발의 과정에서 인접 교과교육 전 문가를 포함하여 좀 더 다양한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즉, 교과교육과정 개발에 대 한 ‘배타적 소유의식’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고등학교의 교과별 과목의 구조에 대한 점검과 체계화 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교과에 따라 과목을 구분하는 방식에 는 교과의 특성상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이들 과목 구분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을 여러 교과가 협의하여 설정하고 교과별로 과목 구분의 적절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준에 의한 과목의 구분(선수과목의 지정 등), 학습영역의 차 이에 따른 과목의 구분 등 유형을 구분해 볼 수 있다. 일부 과목 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수준에서도 초등학교 저학년에서와 같 이 ‘통합/융합 과목’을 개발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 있어서는 앞에서 검토되었던 쟁점들, 즉 통합의 논 리적 가능성 문제나 통합에 따른 기초지식 습득의 어려움 문제 등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요구될 것이다. 특히 모든 과목을 융 합형 과목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경계되어야 한다.
Ⅳ. 문 · 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방향
‘문·이과 통합’의 담론에 기초한 교육과정 개선의 방향은 (1) ‘교과목 이수체제 측면’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꿈과 끼를 키워주는 ‘다양하고 유연한 개별화 교육과정’ 이수를 지원하는 체제를 구안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2) ‘교과목 편성 및 조직’의 측면에서는 단편지식의 암기 중심 교육을 극복하고 원리 이해와 탐구력 함양을 중시하는 ‘참된 학습경험 중심 교과 교육과정’ 개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다양하고 유연한 개 별화 교육과정’은 ‘문과(인문사회과정)’, ‘이과(자연과정)’ 등으 로 제한되고 고착화된 경직된 ‘과정’의 틀을 넘어서서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과 흥미, 소질과 적성, 진로 등을 감안하여 원하는 과목들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이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지원 해 주는 교육과정 체제를 의미한다. ‘문·이과 통합’의 담론 에서 제기되는 핵심적인 문제점은 학생의 소질이나 진로를 조 기에 두 개의 제한된 과정으로 분리하여 규정하고, 각각의 과 정별로 이수 교과목의 종류와 범위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제한 함으로써 과정별로는 학습내용이 획일화되고 과정 간에는 배 타적 장벽이 자리 잡아 특정 교과에 편중된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고등학교 1학년 말에 조기에 선택한 문· 이과 과정에 의해 진로와 사고와 학습경험의 고착화 현상이 발 생한다는 점을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

문·이과 구분에 의한 학습경험의 편중 및 고착화 현상의 극 복을 위한 방안은 ‘과정의 통합’에 의한 과정의 단일화나 획일 화보다는 과정의 다양화와 유연화에서 찾아야 한다. 과정의 다 양화를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서 ‘진로 집중과정 모형’을 통해 과정을 더욱 세분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으나 ‘과정의 세 분화’만으로는 ‘과정별 획일화의 문제’와 ‘과정 간 장벽의 고착 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그 실 질적인 대안은 “엄격한 과정을 따로 두지 아니하며, 개별 학생 은 자신이 선택하여 이수한 과목들을 모아 자신의 과정을 만들 어 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권을 실질 적으로 보장해 주는 방안이 되어야 한다.

다만, ‘문·이과 통합’의 담론에서 제기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는 ‘핵심 공통소양 함양의 미흡 문제’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고등학교 과정에서 ‘공통 학습영역’ 을 지정하거나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는 교과 영역별 ‘최소 이수단위 수’를 확대하는 방안과 ‘공통 필 수과목’을 확대하여 지정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는데 공 통 필수과목의 확대·지정은 학습자의 다양성을 감안할 때 가 급적 최소한의 범위로 제한될 필요가 있다. 특히, ‘공통 학습 영역’이나 ‘공통 필수과목’의 과도한 확대는 다양성과 유연성의 가치와 상충될 수 있으며 학습자의 학습부담을 심화시킬 수 있 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자유로운 과목 선택이 체계성을 상실한 임의적인 교육과정이 되지 않도록 진 로지도와 학사지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참된 학습경험 중심 교과 교육과정’은 한국교육의 근본적인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단편지식의 암기교육과 문제풀이 중심 의 교육’을 극복할 수 있도록, 각 교과영역의 핵심원리와 개념 을 이해시키고 능동적·창의적·통합적 사고와 탐구 역량을 실질적으로 길러줄 수 있는 교과 교육과정을 의미한다. 교과 교육을 통해 제공해 주어야 할 ‘참된 학습경험’, ‘의미 있는 학 습경험’, ‘학습자의 성장과 발달에 기여하는 학습경험’이 구체 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를 교과별로 분명하게 규정하 고 이를 교과 교육과정에 명시적으로 제시해 주어야 한다. ‘단 편지식’을 교육내용으로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데 대해 서는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나 그 대안, 즉 단편적 지식을 넘어선 올바른 ‘교육내용’을 무엇으로 규정해야 할 것인 지에 대한 공감대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제까지 논의되 어 온 ‘참된 학습경험의 명료화 방안’으로서는 교과의 핵심 아 이디어나 원리 및 개념의 제시 방안, 교과교육을 통해 길러주 어야 할 능력과 자질로서의 역량의 제시 방안, 교과교육을 통 해 길러주어야 할 고등사고능력의 제시 방안, 탐구활동의 제시 방안, 교육내용 요소의 구조화 방안 등을 들 수 있다. 교과 교 육과정 개발에서는 각각의 개선방안들이 요구하는 교과 교육 과정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변화의 모습을 기존의 교과 교육 과정과 대비하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제시하고 그 타 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이과 통합’을 지향하는 교과별 교육과정 개선에 있어서 는 교과 내 학습영역 간, 그리고 교과 간 ‘수평적 연계성’(통합 성)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교과 교육과정 개정 연구에 해당 교과교육 전문가는 물론 인접 교과교육 전문가 및 교육과정 일반 전문가 등 다양 한 전문가의 협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교과 내 학습영역 간, 교과 간 통합성 및 융합성의 증진을 위해 일부 과목을 ‘통합과 목’, 또는 ‘융합과목’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으나 모 든 과목을 통합과목화 하거나 또는 기존의 ‘분과형’ 과목을 폐 지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경계되어야 한다. 다만, 기존의 고 등학교 교과목의 구분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점검 이 필요하다.

이상에서 검토한 ‘다양하고 유연한 개별화 교육과정’과 ‘참된 학습경험 중심 교과 교육과정’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대 학입학전형제도 및 대학수학능력시험체제, 교원의 수급과 배 치, 교원양성 및 연수 교육 등 교육과정 운영과 관련된 요인들 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개선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대입 제도 및 수능체제 개선에서는 공통과목 중심의 시험 및 전형체 제를 지양하고 다양한 교과목의 선택적 이수를 지원해 줄 수 있도록 유연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어, 수학, 영어 영역에서도 탐구영역과 같이 ‘과목별 시험’ 제도를 도입 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는 학과에 따라 필요 시 최소한의 이 수과목 종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되, 입학 이후에도 전과나 복수전공 등을 유연성 있게 확대·허용하여야 한다. 교원 수급 및 배치의 개선에서는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줄 수 있도록 순회교사제도 등이 활성화되어야 하며, 교원양성 및 연수 교육에서도 복수의 교과목 지도능력을 길러 주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2)
1)
두 가지 유형의 논의는 다른 한편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체제에 관한 논의, 즉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문·이과 통합’ 논의와 연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수능체제 개편 문제는 사교육비 경감 등 대입제도 개선에서 고려되어야 할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고려를 요구하며,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일차적으로 교육과정 측면에서의 논의에만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2)
이 글은 황규호 등(2013)의 2013 「국가교육과정 포럼 운영 종합보고서」 내용 중 필자가 집필한 내용을 부분적으로 수정·보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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