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시대, 한국교육 밑그림을 디자인하다: KEDI 통일교육연구실
김정원 / 한국교육개발원 통일교육연구실 실장 싸이월드 공감
Ⅰ. 들어가며
누군가가 그랬다. “통일은 소설이다.” 그렇다. 분단의 세월은 이미 70년을 꼽는다. 분단 이전을 기억하는 이들이 몇 남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논하는 통일은 분명 소설이다.

그러나 소설은 현실이기도 하다. 많은 가상 소설들이 그렸던 세계를 우리는 종종 현실에서 본다. 필자가 몇 달 전 한 학교에서 진행했던 탈북학생 학부모 협의회에 참여했을 때의 느낌이 그랬다. 남한의 학교 교실에 학부모로 앉아 있는 탈북학생의 어머니와 아버지들의 모습은 20년 전만 해도 가상 소설이나 영화에나 등장할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분명 현실이었다.

더욱이 탈북학생 학부모가 지닌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남한 학부모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필자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서로 다른 체제에서 평생을 살아온 남북한 학부모의 차이가 어떻게 그렇게 비슷한지 매우 의아했다. 이 경험은, 이제까지 정치적 체제 차이와 그로 인해 형성된 남북 교육의 외형적 조건 차이 중심으로 분단 상황을 이해했던 기존 관점에 전환이 필요함을 강하게 인지시켜 주었다.

통일부 통계에 따르면, 남한 입국 탈북자 수가 최고 정점을 찍었던 2009년 한 해에 약 3,000명(정확히 2,929명)의 탈북자가 남한에 입국했다. 최근에는 북한 국경 경비 강화로 탈북자가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해마다 1,500명이 넘는 탈북자가 남한에 입국한다.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의 경제난을 계기로 이루어진 탈북은 주로 생존 때문이었던 반면, 현재는 기 입국한 탈북자와 북한 잔류 가족의 재결합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탈북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탈북자 중 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출신 지역이 함경도, 양강도가 많다는 점 외에는 남한 입국 탈북자의 인구 구성은 북한의 그것과 거의 비슷하다.1) 이는 이미 남한 내에 남북한 통일과 유사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북한의 배급을 중심으로 한 경제체제가 붕괴되고 사적인 경제활동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2)은 북한의 사회경제적 토대의 변화도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드러내 준다. 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을 통해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이 북한에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 점이 북한사회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 기대하기도 한다.3) 특히 경제난 이전의 북한에 대한 경험이 없는 20대 이하의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력은 매우 클 것이라 짐작된다.

남북한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그 시기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으나 통일이라는 “소설”이 현실이 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 주고 있다.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우리는 다양한 영역에서 남북한이 섞이는 경험을 하고 있고 그것은 서서히 서로를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남북한 통일 시대를 교육 영역에서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2014년 통일교육연구실을 다시 설치하고 교육 분야 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 통일교육연구실에서는, 변화하는 세계 속의 한국이 만들어가야 할 미래지향적 교육 정책 방향이 남북한 통일을 준비하고 또한 통일 후를 염두에 둔 것이 될 수 있도록 관련 기초 연구를 수행하는 동시에 요구되는 정책 방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이제까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진행해 온 관련 연구와 사업을 소개하는 가운데 최근 신설된 통일교육연구실에서 수행하고자 하는 역할과 기능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Ⅱ.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 영역 통일 대비 연구 역사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진행했던 교육 영역 통일 대비 연구 수행 역사는 크게 3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각 시기별 활동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제1기: 통일교육연구실 설치·운영(1992 ∼ 2000)
1990년대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1990년 독일 통일을 비롯하여 동유럽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았던 시기였다. 1990년 남북고위급 회담이 시작되었고 이후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등이 채택되고 1992년에 정식 발효되는 등4), 실질적인 남북관계 변화 전망이 포착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1992년에 설치된 한국교육개발원 통일교육연구실에서는 남북한 교육통합 관련 연구, 통일교육 관련 연구 및 자료 개발 활동들을 수행하였다. 남북한 교육통합 관련 연구로는 ‘통일에 대비한 교육정책 연구’(Ⅰ)(Ⅱ)(1992~1993), ‘분단 및 통일국가 교육통합사례 연구’(1994), ‘남북한 학생과 주민의 통일사회 적응 연구’(1995), ‘민족통합을 위한 교육대책 연구(Ⅰ, Ⅱ)(1997, 1998)’ 등을 진행하였고, 통일교육과 관련해서는 ‘학교 통일교육 체계화 방안 연구’(1997), ‘학교 통일교육자료 개발 연구’(1996), ‘통일교육실태 조사 및 활성화 방안 연구’(1999) 등을 수행하였다.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으로 남한 입국 북한이탈주민이 증가하기 시작하자 이들에 대한 연구(‘북한이탈주민의 남한 교육 적응 연구’(1999))가 처음으로 진행되기도 하였다.
2. 제2기: 조직 없이 교류·협력 관점에서의 관련 연구 수행(2001~2008)
2001년 이후부터 한국교육개발원은 ‘통일’ 관련 독립된 조직 없이 북한과의 교류·협력의 관점에서 관련 연구와 사업들을 진행하였다. 이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이후 도로 연결사업, 개성공단 건설사업, 금강산 관광사업 등의 남북한 경제협력 사업을 중심으로 남북 교역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의 남북 관계의 변화 상황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난으로 인해 학교교육의 근간이 거의 무너졌던 북한 상황에 의해 이 시기에 주로 북한 교육 지원 사업들이 진행되었다.

이 때 진행된 북한 교육 현실 이해 관련 연구로는 ‘북한교육의 현실과 변화: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을 통한 분석’(2001), ‘북한의 경제발전과 교육의 역할’(2003), ‘북한 교육체제의 특성과 기능 연구’(2003) 등이 있으며, 남북한 비교 연구로는 ‘남북한 교육체계 비교 연구’(2001), ‘남북한 교육체제 변화와 통합 전망’(2008) 등이 있다. 특히 교과서조차 만들기 어려웠던 이 시기 북한의 학교교육 지원이라는 관점에서 ‘북한 교육발전을 위한 지원 현황과 향후 과제’(2006), ‘통일 시대에 대비한 북한교육 지원 방안 연구’(2007) 등의 연구와 관련 학술대회들이 진행되었다. 2005년에는 한국교육개발원과 북한이 ‘조선교육후원기금’과 “남북교육협력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하였다.5)
3. 제3기: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설치·운영(2009. 9~ 2014. 2)
200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한 해 남한에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 수가 2,000명을 넘게 되면서 탈북청소년 교육 문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한국교육개발원은 2009년 1월 다시 통일교육연구실을 설치하고 관련 연구와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그 해 8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탈북청소년교육지원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9월에 탈북학생 교육지원을 위한 중앙 단위 기관으로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를 설치하도록 하고 이를 한국교육개발원에 위탁·운영하도록 하였다. 이에 한국교육개발원은 통일교육연구실을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로 전환하고 이제까지 ‘탈북학생 성장·자립을 위한 잠재 역량 개발 및 관련 기반 구축’을 위한 연구와 사업을 수행해 왔다.6)
Ⅲ. KEDI 통일교육연구실 운영 방향
한국교육개발원은 2014년 3월 다시 통일교육연구실을 설치하고 탈북학생 교육지원 활동과 함께 남북한 통일을 교육 영역에서 대비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신설되는 통일교육연구실의 비전과 목표, 역할과 기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비전과 목표: 교육 통합 기반 구축을 통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미래 준비
‘교육통합’은 통일교육연구실이 앞으로 수행하게 될 활동이 지향하는 목표라 할 수 있다. ‘통합’이라는 용어는 ‘힘이 있는 쪽으로의 흡수’, ‘둘 이상의 동등한 연대’, ‘둘 이상의 새로운 하나로의 재탄생’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데, 이 중 우리가 지향해야 할 통합은 유엔7)이 설정하고 있듯이 “평화로운 사회적 관계를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대화에 참여하는 역동적이고도 절도 있는 과정”으로서의 통합이다.8) 다시 말해 통일교육연구실은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상호 평화로운 관계 속에서 대화에 참여하는 역동적인 ‘과정’을 교육 영역에서 구현함을 활동 목표로 삼고자 한다.

이는, 통일교육연구실이 궁극적으로 누구도 배제하거나 배제당하지 않고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 준비를 비전으로 설정하고자 함을 의미한다. 앞으로 통일교육연구실은 활동의 관심을 북한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점차 계층이 고착화되고 다양한 배경의 이주자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사회적 경쟁이 심화되어 가는 한국 사회 자체의 문제를 함께 고려하여 통일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미래 한국 교육의 틀을 만들어 가는 주요 장이 되고자 한다.
2. 주요 역할과 기능
향후 통일교육연구실은 다음 세 영역에서 그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자 한다. 첫째, 남북한 교육통합 기반 구축을 위한 제반 연구를 수행하고자 한다. 각종 북한 관련 기초 자료를 축적하여 관련 연구의 토대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여러 거시적, 미시적 남북한 비교연구를 수행하는 가운데 미래 통일 시대를 전망하는 교육의 틀을 구상하고 다양한 통일 상황에 대비한 남북한 교육통합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를 추진하고자 한다. 둘째, 현재 추진하고 있는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운영사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먼저 온 미래’로서의 탈북학생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적으로 지원하는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역할의 질적 수준을 높여 나감으로써 남북한 교육통합의 경험적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셋째, 통일에 대한 긍정적이고도 구체적인 전망을 학생들과 교사들이 지닐 수 있도록 학교 단위 통일교육 방안과 관련 자료를 개발하여 지원하는 일도 함께 수행하고자 한다.

이 세 영역의 역할은 내용적으로 분명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며 각각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남북한 교육통합과 관련한 각종 기초 연구들이 탈북학생 교육지원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며, 더불어 탈북학생 교육지원 경험들이 각종 연구의 주요 방향과 주제 선정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양 영역에서의 결과물들은 주요 통일교육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통일교육연구실의 주요 기능을 핵심 역할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교육개발원 통일교육연구실이 수행할 역할은 미래 한국교육의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남북의 동질성과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가운데 누구도 서로를 배제하지 않고 포용하면서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교육환경을 현재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와 연결하여 구안하고 실험하면서 이를 통일 시대에 실질적으로 구현해 내는 방안들을 모색하는 일, 그것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한국교육개발원 통일교육연구실에서 하고자 하는 일들이다.
1)
윤여상(2013). 북한이탈주민의 과거와 현재: 입국목적과 유형의 변화. KEDI 2013년 탈북학생 지도교원 심화연수 자료집. pp. 27-29.
2)
이석기(2012). 북한의 노동-2000년대를 중심으로. KDI 세미나 자료집. 김병로(2012). 탈북자 면접조사를 통해 본 북한사회의 변화-2008~2011. 현대북한연구, 15권 1호.
3)
강동완·박정란(2010). 남한 영상매체의 북한 유통경로와 영향: 지역간·대인간 연결 구조 분석을 중심으로. 통일정책연구. 제19권 2호.
4)
통일부 통일교육원(2013). 통일문제 이해. p. 141.
5)
한만길(2014). “남북한 통일 실현을 위한 교육의 방향과 과제”. KEDI 교육정책포럼. 2014. 2. 24. pp. 16-17.
6)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에서 수행하는 활동 내용은 통일교육연구실 주요 역할과 기능 차원에서 다음 장에서 기술
7)
http://www.un.org/esa/socdev/sib/peacedialogue/soc_integration.htm
8)
김정원(2013). “탈북학생 교육, 통일을 대비하다”, 제1회 탈북학생 교육 포럼. p.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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